마케터가 현업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을 분석하고, 마케팅 목표를 설정하고, 마케팅 믹스 (4P)를 조합하고, 구체적인 마케팅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등 모든 일련의 브랜딩의 과정에는 각각의 난점과 어려운 과제들이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비슷한 대답을 한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들을 구체화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전통적인 마케팅 영역에서 쓰이는 다양한 개념들과 방법론은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것들이 많다. 사실 마케팅이라는 개념과 정의 자체부터가 그렇다. 마케팅 원론 교과서를 펴보도록 하자. 목차를 살펴보면서 각각의 장에서 다루는 주요 키워드들을 추출해보면, ‘브랜드’, ‘가치’, ‘마케팅 믹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대부분이 추상적인 내용이다. 밑줄을 쳐가면서 내용을 읽어보아도 뭔가 깔끔하게 소화되지 못한 것 같은 꺼림찍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케터들은 항상 선택과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입장에 서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의사결정에는 비용이 포함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 돈도 아닌데, 기안서에 적혀있는 소요예산란 숫자 뒤에 붙어있는 0의 갯수는 어마어마 하다. 그래서 마케팅 부서는 항상 재무팀의 눈치를 살핀다. 자칫하다가는 마케팅 부서가 큰 돈만 주구장창 써대는 Cost center로만 인식되어 발이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케터들은 마케팅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결재자와 타부문의 협력자들을 설득해야만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물을 것이다.
“그래서 이 돈을 쓰면 결국 얼마를 벌 수 있는데?”
이 질문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대답을 하지 못하면 마케터들은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버리고 만다. 쉽게 말해서 위와 같은 질문에 단순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브랜드 가치를 확장시켜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만으로는 절대로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마케터들은 항상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변환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마케팅 플래닝과 전략을 기획해도 그들을 설득할 수 없으면 한 보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본 글의 서두에서 밝힌 ‘마케터가 가장 어려워 하는 일’이 ‘추상적인 개념의 구체화’라는 점인 것은 놀랍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와 같은 난항을 겪고 있는 모든 마케터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는 ‘데이터 마케팅’이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숫자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설득의 과정에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공된 데이터를 얼마나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설득이 용이해진다.
특히 오늘날에는 Raw data를 구할 수 있는 Route와 Channel이 다양해졌다. 전보다 훨씬 쉽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마케팅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진 것이다. 따라서 파이썬이나 R과 같은 data tool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은 예전과 달리 IT 업계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필수역량이 아니다. 마케터에게도 이러한 데이터 분석 툴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데이터 분석 역량은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플래닝을 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 어떤 프레임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 방법과 전략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차원에서 데이터 마케팅 역량은 마케터들에게 시장을 바라보는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즉, 데이터 분석 역량은 마케터들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게끔 도와주며 그 과정에서 마케팅 통찰력을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논리적 사고는 조사와 분석 과정 및 문제 해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학습이 이루어지면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통찰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인 통찰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축적된 지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지금 당장 마케팅 공부하라>, 구자룡, p45 -
앞선 논의들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들어 보겠다. 만약 앞서 언급한 “그래서 이 돈을 쓰면 결국 얼마를 벌 수 있는데?” 라는 결재자의 질문에 데이터 분석내용을 브리핑하여 이렇게 대답한다면 어떨까?
“지난 3달간의 인터넷 포털 검색어 추이를 바탕으로 분석해본 결과, 평일 오전 7~8시 사이에 30~40대의 남성들의 당사 카테고리 관련 검색어 추이가 전체의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동시간대에 youtube와 facebook 광고를 같은 금액단위를 투입하여 집행해보았는데요. view 수와 share 수, 그리고 이탈율에 대한 a/b test를 진행해본 결과, youtube 채널의 효율성이 약 2배 가량 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금번 신제품 광고를 youtube 채널에서 집중 집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한 달 기준 비용은 약 1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제품의 빠른 홍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금번 런칭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판단됩니다.”
본 글의 서두에서 잠깐 이야기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브랜드 가치를 확장시켜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습니다.” 라는 식의 답변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높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데이터로 이야기하면 보고자와 피보고자 간의 의사소통이 더욱 치밀하고 명확하게 진행될 수 있다. 예를들어 “음... 자네의 의견을 검토해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다만 혹시 인스타그램 채널 광고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았나? 이번 신제품의 주요 타겟에는 20대 여성도 중요한 포션을 차지하는데 말이지... 가능하다면 20대 여성들의 SNS 활용 주요 채널에 대해서도 분석해본 뒤 광고집행 채널과 예산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겠나?” 라는 식으로 말이다.
추상적인 이야기로는 심도있는 토론과 논의가 불가능해진다. 그럴듯한 말장난만 빙빙 돌다가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적시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마케팅을 통해 마케팅 분석을 깊고 풍성하게 한다면 위와 같이 조직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마케터로서 협력부문이나 결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커다란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향후 성공적인 마케팅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가공하여 의사결정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보다 좁은 차원에서는 다양한 데이터 분석 툴을 다루거나 이해할 줄 알고, 적합한 인사이트를 추출하여 플래닝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 성공적인 마케터로 커리어를 밟아나갈 수 있는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힘, 바로 데이터 분석 역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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