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배탈이 나서 배가 아플때면 늘 엄마 품으로 달려가 안기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찡얼거렸다.
그때마다 엄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내 배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이런 노래를 불러주셨다.
"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
부드러운 엄마의 손이 내 배를 쓰다듬으면 속이 뒤집어질 것 같던 아픔마저 잊어버리고는 이내 졸음이 몰려왔다. 그렇게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 옷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향기에 취해 잠이 들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손을 얹으면 치유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은 수백 년 전부터 알려졌다. 하지만 그런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이제 겨우 밝혀지기 시작했다. 신체 접촉은 생물학적 측면에서나 인지적 측면에서 모두 감정에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여 사랑받는 느낌,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이는 스트레스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뇌와 인체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서 혈합 감소부터 면역력 개선까지 인체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가 나타난다. 신체 접촉에 담긴 치유 효과가 우리 마음과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연구가 이어질수록 접촉이 가진 더욱 놀라운 힘이 드러나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라이먼, p224 -
'캥거루 케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확한 용어와 개념은 몰랐지만 이와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렵게 쌍둥이를 출산한 케이트와 데이빗이라는 부부의 첫째 아이 제이미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제이미는 세상에 나오자 마자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를 안고 1~2시간 가량 피부를 맞닿게 하니 숨을 거두었던 제이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죽었던 아이가 엄마와의 포옹으로 눈을 뜨게 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NZ7VRgbWRg
의료계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기적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 근거를 지니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앞서 언급한 '캥거루 케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름에서도 연상할 수 있듯, 어미 캥거루는 새끼가 태어나면 주머니에 새끼 캥거루를 넣고 피부를 맞닿게 한다. 그 과정에서 새끼 캥거루의 면역력이 강화되고 생명의 활력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 여기서 착안한 개념이 바로 '캥거루 케어'다. 즉, 피부와 피부가 물리적으로 맞닿으면 감정적 교감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 나온 리뷰 논문에 따르면 캥거루 케어는 활력징후 (심장박동 수, 호흡률 등)를 개선하고 수면과 체중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다른 연구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 아기들의 경우 생후 첫 1주일 동안 캥거루 케어를 실시하면 생후 한 달 내에 숨질 확률이 51퍼센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라이먼, p222 -
책 <피부는 인생이다>에서는 이와 관련된 또다른 유명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978년 콜롬비아 보고타에 위치한 모자병원은 인력뿐만 아니라 인큐베이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환자 사망률이 거의 7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것이었따. 결국 에드거 레이 사나브리아 박사는 극단적 대책을 시도해 보기로 하고 엄마가 가슴에 아이의 피부가 닿도록 조산아를 꼭 안고 있게 했다. 온기를 주는 동시에 (인큐베이터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모유 수유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자 사망률이 단시간에 무려 10퍼센트까지 떨어지는 예상치도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기와 엄마의 피부접촉이 놀라운 치유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이 뚜력하게 확인된 결과였다. -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라이먼, p221 -
실제로 살과 살이 맞닿는 접촉, 혹은 서로 껴안는 행동은 우리의 뇌와 신경을 자극한다. 그로인해 엔도르핀과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피부는 인생이다>의 저자 몬티 라이먼 박사는 그 결과 뇌의 보상센터와 연민센터가 활성화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교감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서 계속해서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캥거루 케어' 효과는 비단 부모와 자식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마이애미 대학교의 연구진이 밝혀낸 결과에 따르면, 타인에게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피부가 상호간 접촉할 때에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마이애미 대학교 티파니 필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마사지의 여러 가지 건강 효과를 밝혔다. 노인 환자들의 경우 사회복지 차원에서 방문했을 때 마사지를 제공하면 마사지 없이 찾아갈 때보다 인지기능과 정서기능이 훨씬 더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러 감정을 담아서 하는 마사지가 그렇지 않은 마사지보다 더욱 효과 있고 따라서 같은 자극을 마사지 의자에 앉아서 받을 때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따. 과거 자폐증을 앓는 사람은 사람과의 접촉에서 어떤 형태로든 거부감을 느낀다고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많은 환자들이 마사지로 큰 진정효과를 얻는다. -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라이먼, p224 -
이처럼 피부가 서로 맞닿는 물리적 접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효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은 정말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 무엇을 망설이는가!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을 꼭 안아주도록 하자. 고생하신 어머니 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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