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시뻘개지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얼굴 뿐만 아니라 전신이 빨개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 중 하나다.
꼭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해야만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아니다. 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금새 피부에 홍조가 나타나며 얼굴이 빨개진다.
이러한 성향은 원치 않는 술자리나 회식자리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처럼 피부가 빨개지면 그 누구도 술을 더이상 강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술을 먹으면 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일까?
우리 신체에 알코올이 들어와서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간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이를 분해하여 '아세트알데히드'가 다량 생성된다. 쉽게말하면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에서 알코올을 해독하여 나온 알코올 폐기물인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되면 신체는 '히스타민'을 방출한다. '히스타민'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신체를 방어하기 위해서 분비되는 유기물질로서, 몸에 유해한 자극이 발견되었을 때 염증반응을 일으켜서 감염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불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히스타민'이 방출되면 혈관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혈류량이 많아지면서 피부에 홍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알코올의 주된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피부를 새빨갛게 만든다. 히스타민을 방출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술 마신 사람의 전형적 특징인 벌건 얼굴이 되는 것이다.
-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라이먼, p101 -
정리하자면 이렇다.
술을 먹어서 알콜의 혈중농도가 높아지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간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알코올을 분해한다. 그 결과 발생하는 알코올 폐기물이 '아세트알데히드'다. 이렇게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히스타민'이 다량 방출되는데,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킨다. 그로인해 술을 한 잔만 마셔도 피부가 새빨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만들어낸 '아세트알데히드'에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국제 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세포와 DNA를 파괴하는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이 독성물질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유전적으로 이 효소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아세트알데히드'에 굉장히 취약한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있어야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는데 중국과 일본, 한국인 대부분은 유저적으로 이 효소가 없다. 동아시아인 40퍼센트가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극도로 시뻘겋게 변하는 이유다.
- <피부는 인생이다>, 몬티라이먼, 101 -
이렇게 이야기해봤자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과음한 후 숙취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는가? 바닥이 울렁거릴정도로 어지럽고 구토가 올라오며 메스꺼운 고통스러운 느낌. 아마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술에 만취하여 겨우 잠에 들었지만, 다음날 아침까지 숙취가 계속되어 고통스러운 이유는 바로 분해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지긋지긋한 숙취의 주범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한국인에게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기 위한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우리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물질에 취약하고, 그로인한 숙취가 잦다. 따라서 되도록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어찌 술 없이 회사생활을 하고, 술 없이 친구들을 만나겠는가?
어쩔 수 없이 술을 먹어야만 한다면 적당히 마시도록 하자. 혹여 각자의 기준치보다 과음을 했다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비타민 C, 아스파라긴산, 메티오닌이 다량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자. 대표적으로 비타민 음료, 북어국, 콩나물국이 그 중 하나다.
술은 백해무익하다.
어쩌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되면서 '히스타민'이 얼굴을 빨갛게 만드는 것도,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없어서 숙취에 시달리는 것도 우리의 조상들이 보내는 경고 메시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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