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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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건 상관없이 프로 일잘러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실행과 계획 사이에서 적정한 줄타기를 잘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사이트 넘치는 아주 좋은 책 한 권을 읽었다. 바로 우아한 형제들에서 CBO; Chief Brand Officer의 중책을 맡고 있는 장인성씨의 책, <마케터의 일>이다. 이 책 속에는 현장의 지혜들로 가득하다. 오랜 시간동안 본인의 커리어를 일궈나가면서, 굵직굵직한 성과들을 시장에 내놓은 잔뼈 굵은 마케터로서 바라본 날카로운 통찰이 한 문장, 한 문장 마다 응축되어 녹아들어 있다.

 

 

이 책에는 마케터에게 중요한 역량 중 '실행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시각으로 설명한다.

 

네이버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이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이해진 의장의 '유도탄 이론'이었습니다. 변화가 빠르고 수많은 서비스들이 무한경쟁을 하는 IT업계에서 우리는 유도탄 쏘듯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 분초를 다투는 상황인데 정교하게 계산한 뒤에 쏘려다가는 미사일에 얻어맞는다, 자료 수집하고 풍향 계산할 시간이 없다, 동쪽인지 서쪽인지 방향만 맞춰서 일단 빨리 쏘고,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는 날아가는 동안 계산해서 계속 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어요.

- <마케터의 일>, 장인성, 북스톤, p131 -

 

마케팅은 고객들의 니즈를 발빠르게 캐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면서도 효율적으로 수익화 시켜서 재무적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거나 홍보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들의 니즈와 마켓의 상황은 분초를 다투며 변화한다. 따라서 장인성이 언급한 이해진 의장의 유도탄 이론은 마케터에게는 발빠른 실행력이 완벽한 계획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오늘날 수많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애자일 경영방식을 알기 쉽게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있다.

 

애자일 프로세스 (Agile Process)란, 정확한 계산과 예측을 기반으로 하여 기획/개발하고 완제품을 내놓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일정 주기로 프로토타입 (Prototype)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일단 미완성의 제품을 먼저 내놓고나서 시장의 반응과 피드백을 기반으로 점차 개선시켜나가는 방식이다. 이는 주로 IT 업계나 소프트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에서 활용하는 트렌디한 경영방침이다.

 

 

하지만 물론 무조건적인 실행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애자일 경영방식을 맥락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적용하면 큰 화를 면치 못할 수 있다. 예를들어 초기 투자비용이 굉장히 많이 드는 제조업의 경우 사실 애자일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인 제조업에서는 특정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공장라인을 증축하고, 연구인력을 대거 투입해야하는 등 초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굉장히 크다. 이 경우 수요예측이나 유통망 구축 등 사전계획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보다 실행이 앞서면 잘못하다간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애자일 경영방식은 복잡계 영역에 속하는 산업군에 적합하다. 복잡계란, 인과관계의 로직이 너무 복잡하여 계산이 불가능한 영역, 그래서 투입자원과 결과물의 상관관계가 비선형적인 멱함수의 양상을 띄는 시스템을 말한다. 유튜브같은 컨텐츠 사업이 대표적으로 복잡계에 속하는 비즈니스다.

 

정리하자면 애자일 경영방식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일단 초기 투입자원과 비용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실패의 비용이 크리티컬 하지 않아야 한다.
2. 99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1번의 성공이 잭팟처럼 터지면 시장 전체를 잡아먹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위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정교한 미사일을 하나 개발하는 것보다 이해진 의장의 말처럼 10개의 유도탄을 빠르게 일단 쏘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유도탄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실행력은 단연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속해있는 산업군, 직무의 영역이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계획이 실행력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프로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먼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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