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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했던...]
"저는 지독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그 후로도 줄곧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나의 초창기는 '가난의 연대기'라는 간단한 한 문장으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청년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는 그가 공부하는 것을 마뜩잖게 생각하여 심하게 나무라기까지 했다. 한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온 그의 아버지에게 독서습관은 태만, 즉 직무유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농장에서 낫 대신 책을 드는 것을 발견하면, 책을 빼앗아 찢어버리고 일을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채찍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독서를 멈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매서운 채찍질과 찬서리 같이 매섭던 가난함도 야망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열망과 의지를 꺽을 수 없었다.
[만반의 준비]
이 이야기는 바로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4명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존슨. 이 네 명의 대통령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정리한 역대급 명저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에서는 링컨에 대해 다음과 가이 기술한다.
링컨은 아버지의 바람에 끈질기게 저항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의지력을 발휘했다. 또한 느리더라도 해마다 하나의 과제를 완전히 익히며 자신의 장점과 능력에 대한 믿음도 키워갔다. 또한 느리더라도 해마다 하나의 과제를 완전히 익히며 자신의 장점과 능력에 대한 믿음도 키워갔다. 그의 사촌, 소피 행크스가 말했듯이 "링컨은 스스로 언젠가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고, 한 리더십 전문가가 "대안적 미래 (Alternative future)"라 칭한 것을 서서히 만들어갔다. 실제로 링컨은 한 이웃에게 "나는 땅을 파고 벌레를 잡고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울타리를 세우는 짓이나 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공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반드시 올테니까."라고 말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33 -
[개천에서 용된 비결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격언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학교, 교과서는 고사하고 당장 오늘 노동하지 않으면 내일 굶어야 하는 상황이 지옥같은 개천이다. 굶지 않기 위해 배움이 사치이자 죄악으로 여겨지는 처절한 삶. 이와 같은 척박한 토지에서 싹을 틔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게 개천의 현실이다. 이런 힘든 상황에 처해있던 것이 바로 링컨의 청년기였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를 개천을 뚫고 나온 용으로 승천하게끔 도와준 것일까?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다름아닌 '독서'였다. 단지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육체적 학대까지 받으면서도, 그는 맞아 죽을지언정 절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와같은 링컨의 눈물겨운 청년기 삶을 다룬 책을 보다가 문득 사이토 다카시가 한 말이 생각났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링컨에게 있어서, 책은 자신의 야망과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최고의 스승이자 가장 효율적인 학습방법이었다. 그의 당찬 포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했고, 책을 읽는 것은 유일한 학습방법이었다. 의도치 않게 그는 독학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에이브러험 링컨은 독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책을 구해 무엇을 공부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했다. 링컨은 무엇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읽을 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친척들과 이웃들의 회고에 따르면, 링컨은 주변 지역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며 책을 빌렸고 "손에 쥐어지는 글"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변함없는 동반자였다. 매일 힘들게 일하면서도 잠시라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예컨대 발을 갈다 말을 쉬게 해야 할 때 <천로역정>이나 <이솝우화<를 한 두 페이지씩 읽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31 -
[책 찾아 삼만리]
하지만 오늘날처럼 책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먼저, 앞서 말했듯 그는 책을 돈주고 살 정도로 여유있는 유복한 집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책을 살 돈이 있다하더라도,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몇 번으로 하루만에 책이 배송되는 것은 꿈도 못 꿀 시기였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동네 도서관이나 책방이 방방곡곡에 잘 구비되어 있던 환경도 아니었다.
결국 이런 환경에서 그에게 책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었을터. 그는 책을 통해 소중한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라면, 몇십 키로라도 걸어서 책을 구걸할 의지가 충만했다. 실제로도 그는 책을 구하기 위해서 천릿길을 걷는 것이 일상 다반사였다.
링컨은 문법을 공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교사에게 털어놓았고, 교사는 링컨에게 대중 앞에서 연설하려면 반드시 문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뉴 세일럼에는 적당한 문법 교과서가 없지만 10킬로미터쯤 떨어진 누군가의 집에 알맞은 문법책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링컨은 벌떡 일어나 문법책을 구하려고 그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돌아온 그의 손에는 새뮤얼 커컴(Samuel Kirkham)의 <영어문법>이 들려 있었다. 집에 도착한 즉시, 링컨은 문장 구조를 지배하는 복잡한 법칙 및 부사와 형용사의 사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링컨은 "모든 사회계급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하면서도 명확한 문장으로 단순하고 간결하게 말하고 쓰는 방법을 열심히 공부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36 -
편도 거리 10km, 왕복 거리 10km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는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전화기도 없던 시절, "10km 떨어진 곳에 좋은 책을 가지고 있는 이웃이 있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문을 박차고 뛰쳐나간 것만 보더라도 링컨의 책에 대한 갈증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 뿐일까?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렇게 책을 빌려서 20km를 걸어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밤새 책을 읽는 것이었다니, 이쯤되면 거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의 열정이다.
[읽을 수만 있으면 다 괜찮다]
이처럼 먼 길을 걸어서라도 책을 빌려 읽고, 그 책의 내용을 완전한 제 것으로 만든 뒤, 온전한 상태로 제 때 반납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빌려 읽어야만 했던 가난했던 링컨은 다음과 같은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번은 친구 조사이어 크로퍼드가 링컨에게 파슨 윔스 (Parson Weems)의 <조지 워싱턴의 생애 (Life of Washington)>를 빌려주었다. 그런데 엄청난 폭우로 책이 훼손되고 만다. 크로퍼드는 링컨에게 이틀간 옥수수를 따는 걸로 책값을 대신하라고 요구했다. 링컨은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했지만, "줄기에 껍질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든 옥수수를 깔끔하게 따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33 -
폭우로 인해 빌린 책이 빗물에 젖고 찢겨진 것을 확인했을 때 링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찢겨진 책을 손에 들고 친구에게 사과를 구할 때 링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틀간의 노동으로 책값을 대신하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링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뙤양볕 친구네 집 농장에서 사과의 의미로 옥수수를 이틀 내리 따내면서 링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멈추지 않는 열정]
이런 수모를 겪으면 포기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나이가 들 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책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향한 탐독은 주의원에 출마한 25살 사회 초년생 시기에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갔다.
필요에 의한 독학자였던 링컨은 철저히 혼자 공부했다. 낮에는 측량사와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고, 밤에는 판례와 사례를 읽고 또 읽었다. 당시 스프링 필드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동료의원, 존스튜어트에게 한 번에 한 권씩 법률 서적을 빌렸는데, 그 책을 다 읽으면 뉴 세일럼에서 32킬로미터쯤 떨어진 스프링필드까지 걸어가 반납하고 다른 책을 빌렸다. 확고한 목표가 있었던 까닭에 링컨은 이런 고생을 견딜 수 있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29 -
그 때에도 책 한권을 빌려 읽기 위해 편도 32km, 왕복 64km에 달하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한 손에 책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먼 길을 걸으면서 링컨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러한 링컨의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괜스레 겸손해진다. 내가 링컨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링컨만큼이나 가난하지도 않거니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책 한권을 빌리려면 몇 십키로를 걸어야 하는 환경에 처해있지도 않다. 그러니 다시는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오늘 읽어야 할 책을 내일로 미루는 배부른 생떼를 다시는 부리지 않으리라.
중년이 된 링컨에게 어느 법학도가 찾아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비록 짧은 대답이었지만 링컨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어떻게든 책을 구해서 읽고 연구하게. 성공하겠다는 결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항상 기억하게."
그렇다.
독서는 절대 나를, 그리고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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