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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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 인생에서 가장 고맙고 소중한 친구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녀석에게 참 많은 것을 받아 왔네요.

 

먼저 책은 저에게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경을 선물해줬어요.

왜 있잖아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저는 눈이 꽤 나쁜 편입니다. 안경이 없으면 세상이 온통 흐릿하게 보여서 답답해요. 심지어 난시까지 있어서 안경을 쓰지 않으면 사물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것 조차 코 앞에 가져다 놓지 않으면 형태를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죠. 그렇게 답답한 와중에 안경을 귀와 코에 걸쳐 쓰면 눈 앞의 세상이 또렷하고 깔끔하게 보입니다. 이때의 쾌감이란. 가슴마저 탁 트이는 시원함이 느껴지면서 내 앞에 놓여있는 세상을 깨끗하게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게 돼요.

 

 

저에게 책은 이렇게 안경같은 존재에요.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선물합니다. 그동안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던 것들, 혹은 알 듯 말 듯 긴가민가 했던 것들을 끊임없이 찔러 넣어주죠. 이렇게 책을 읽으면 "이런 세상도 있었네? 왜 난 몰랐을까?", "아~ 이건 이래서 이렇구나!" 하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이 땅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의 가치관과 철학의 기둥을 단단하게 세워줍니다. 그래서 욕심이 생겨요. 읽으면 읽을수록 더 넓고 멋진 세계가 존재한다는 확신이 생기거든요.

 

책은 저에게 끈기와 인내를 통한 성취의 즐거움도 선물했습니다.

저는 등산을 싫어하는 편인데, 매년 첫 날에는 장비를 갖추고 산에 오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요. 오르기 전의 패기는 경사가 가파른 코스에 다다르자 마자 너무도 쉽게 무너지곤 합니다. 저는 원체 운동을 안하는 스타일이라 산길을 조금만 걸어도 다리도 후들후들 거리고, 땀이 나서 몸이 끈적해지면 불쾌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서 왜 새해 첫날 꼭두새벽부터 산을 올랐을까? 그냥 내려가서 잠이나 잘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재밌는건 정상에 딱 올라서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에 눈을 번쩍 뜨면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진다는 거에요. 오르지 않았으면 몰랐을 눈 앞에 펼쳐진 장관이 너무 좋아요. 내 눈 안에 온 세상을 다 담아버린 것 같은 쾌감이 피를 뜨겁게 달굽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넋놓고 전경을 바라보며 서있다보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뀝니다. 사람이라는게 이렇게 간사합니다.

 

 

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에 한 페이지, 그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게 꽤 고역인 순간도 분명 많아요. "이 두꺼운 책을 대체 언제 다읽지?", "이건 나랑 안맞는 것 같은데?", "그냥 집어치우고 술이나 마시러 나갈까?"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꾸역꾸역 읽다보면 어느 순간 예상치도 못했던 페이지에서 인두처럼 강렬하고 뜨거운 문장이 탁 하고 튀어 나옵니다. 쭉 읽어 내려가다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 순간 정지하는 찰나가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그 문장이 너무 좋아서 책 귀퉁이를 접어놓고 중간 중간 되돌아가서 몇 번이고 돌아봐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 책을 완독해내고야 맙니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탁 덮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첫 페이지 머릿말부터 에필로그까지 휙휙 넘기면서 내용 전체를 훑어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 때 종이가 공기를 가르며 휘릭 휘릭 넘어가 너무 좋습니다. "아, 내가 이 책을 기어코 다 읽어냈구나!" 이 때의 감정은 정상을 올랐을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책이라는 녀석에게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단연, '사람'입니다.

책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대화거리이자 소통의 매개가 되어 줍니다. 트일 소에 통할 통. 나와 타인 사이에 버티고 있는 두꺼운 벽도 책이라는 녀석이 중간에 끼는 순간 시원하게 트여서 통할 수 있게 됩니다.

 

 

다들 그런 경험 하나씩은 있잖아요?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한 자리에 있게 되는 순간들. 소개팅일 수도 있고, 신입사원이 첫 발령지에 출근하여 난생 처음보는 아저씨들과 하는 점심식사, 혹은 친구와 친구의 친구를 처음 만났는데 돌연 믿었던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우는 순간들. 그 때만큼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를 꺼내지?", "어떻게 이 어색한 침묵을 깰 수 있을까?" 저는 그럴 때마다 묻습니다. "혹시 책 좋아하세요?,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뭐에요?" 뭐 "아니요, 저는 책 안읽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가끔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쥐어 짜내서라도 "저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재밌게 봤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제가 읽어본 책이면 그때부터 방언이라도 터진 듯 신나게 이야기해요. 혹은 읽어보지 않은 책이면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 다시 물어보며 이야기가 원활히 흘러갑니다. 사실 그렇게 해서 알게된 좋은 책들도 정말 많아요. 아무튼 그렇게 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짧은 순간임에도 그 사람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것은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합니다"라는 애정이 서린 완곡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어색한 사이가 절친으로 이어지는데 이보다 쉬운 방법이 있을까요?

 

또 저는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직접 운영도 합니다. 동네 친구들과도, 회사 동료들과도, 심지어 대면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도 온라인 독서모임도 하기도 해요. 먹고 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책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분명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이에 대해 느끼고 해석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에요. 그렇게 한참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반대로 내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나와 맞닿아 있는 세계가 한 뼘 더 넓어짐을 느끼게 됩니다. 그 때마다 현재 내가 발딛고 있는 땅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 세계였는지를 반성하게 돼요. 그러면서 생각과 정보를 편식하지 않고 흡수하는 한 편, 촉을 세워서 타인의 세계를 관심있게 들여다봅니다. 그러다보면 역설적으로 나의 세계가 그만큼 더 넓어져요. 그렇게 나라는 섬이 한 뼘, 두 뼘 넓어지다보면 다른 섬과 만나게 되고 광활한 육지가 되어 결국 세상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 하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인생은 결국 어느 순간에 누구를 만나느냐다. - 유병욱, <생각의 기쁨>-
아이디어는 서로 다른 우주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 세스고딘-

 

자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책과 얼마나 친하신가요?

별로 안친하시면 오늘부터라도 녀석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시는건 어떨까요?

어색하다고요? 괜찮아요 당신같이 좋은 사람에게는 앞으로도 좋은 책만 소개할게요. 그러다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거에요.

 

당신에게는 좋은 책만 선물합니다. 좋은 책, 좋은 사람, 좋은 세상.

Written by Inf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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