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미래수명을 빚지면서 살아왔다]
그동안 나는 참 어리석고 무모하기 이를데 없는 위험한 삶을 살아왔다. 잠에 대한 무지로 인해 건강과 수명을 빚지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야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침대에 쓰러져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드는 죄책감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보다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침대에 누울 수 없도록 의자와 책더미를 잔뜩 올려놓기도 하고, 책상에 인스턴트 알커피를 갖다놓고 졸음이 쏟아질 때마다 티스푼으로 한 숟갈씩 입에 우겨넣기도 했다. 4당 5락이라는 신화를 바보처럼 철저히 신봉했던 것이다. (실제로 알고보면 이 말은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무식한 생각이다.)
이런 인식은 졸업을 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직장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잠이 들어 의식이 단절되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여겨졌기에 최대한 잠을 덜자면서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래야만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참 잘살았다는 생각에 발을 뻗고 잘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이 수 년동안 계속 이어지자 내 몸은 하나 둘 망가져가기 시작했다. 만성 피로는 물론이거니와 만성 염증에 시달리며 매일 아침 각종 영양제와 약들을 한 주먹씩 달고 살았다. 매일 아침을 멍한 상태로 시작하고 때론 헛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잘 살고 있다'라는 증거로 여겼으니까.
이렇게 무모하고 위험한 삶을 산 이유는 나의 무지에 근거한다. 잠과 건강에 대한, 숙면에 대한 메타인지가 너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의 잠을 자면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죄책감을 갖는다. 대한민국의 문화 특성 상 '잠'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철저히 괄시받고 무시되고 있다. 잠을 자는 행위는 게으르다는 인식으로 여겨져 왔으며, 잠을 줄여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부지런함의 미덕으로 여겨져 온 지 오래다.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모르는 것에 대한 대가를 철저히 자신의 생명단축으로 치뤄야 한다는 것이다.
[몰라서 위험한 것이다: 수면에 관한 명저 2권]
잠과 숙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명저 2권이 있다.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연구가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와 스탠포드 의학부 정신과 교수이자 수면생체연구소장 니시노 세이지의 <숙면의 모든 것>이다. 이 두 책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아... 잘못 살아왔구나,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다.
수면시간이 으레 예닐곱 시간에 못 미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생활 양식 요인 중 하나다. 수면부족 (일주일에 단 한차례 심하지 않은 수준으로라도) 혈당 수치를 심각하게 교란함으로써 당뇨병 전 단계로 분류되는 상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잠을 짧게 자면 관상동맥이 막히고 허약해져서 심혈관 질환, 뇌졸중, 울혈성 심장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 잠을 너무 적게 자면 포만감을 아리는 호르몬이 억제되고, 대신에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농도가 늘어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더 먹고 싶어진다. (...) 방금 말한 건강에 미치는 영향들에다가, 증명이 된 또 한가지 연관성을 언급하면 수면 부족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죽는 날이 내가 잠드는 날이다.'라는 오래된 좌우명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그런 마음 자세를 지닌다면, 더 일찍 세상을 뜨게될 뿐 아니라 (가뜩이나 짧아진) 삶의 질도 더 나빠질 것이다. 수면 부족이라는 고무줄은 어느정도까지만 늘어나다가 뚝 끊어지고 만다.
-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매슈 워커, 열린책들, p11 -
인간은 생애 전체의 3분의 1 정도의 시간을 잠에 소비한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약 25년에서 30년 동안 잠 '만' 자는 것이다. 억울하지 않은가?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긴 시간을 자야만 하는 것일까? 진화론에 따르면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진화한다는데, 우리는 왜 수면을 해야만 하도록 설계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들은 앞서 언급한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숙면의 모든 것>에 매우 상세히 제시되어 있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두 권을 다 읽을 여력이 안된다면 비교적 얇으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들로 가득한 <숙면의 모든 것>은 필수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단언컨대, 당신을 살려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정말 소중한 숙면에 대한 꿀팁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를 삶에 하나씩 적용하면서 나의 건강수준이 얼마나 변화되는지를 추적해보고 싶었다. 수면과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직접 수치로서 계측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의 일환으로 나는 애플워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수면추적 액티그래프를 활용해보기로 결심했다.
[애플워치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수면관리: Autosleep]
나는 3월부터 애플워치5 스테인레스 모델을 구매하여 매우 흡족하게 활용중이다. 꽤나 비싼 돈이지만 후회는 1도 없다.
그 중 특히 수면 추적 앱 Autosleep은 프로 앱등이로서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고 자부하는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나의 수면상태를 과학적인 수치로 점검해볼 수 있으며, 시각적인 툴을 활용하여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UI를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로 <숙면의 모든 것>의 저자 니시노 세이지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수면관리가 생각보다 효과적임에 동의하고 있다.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몸에 착용해서 사용하는 단말기)의 등장과 함께 액티그래프가 급속히 진화했다. 심박수를 계측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판정할 수 없었던 렘수면이나 비렘수면의 깊이 등을 알수 있게 된 것이다. (...) 전문가가 인정할만큼 정밀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활동 상황과 수면의 경향을 파악하는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 항시 사용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동기화해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하여, 장기간에 걸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bronstein, p26 -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해 수면을 측정하는 기술도 아직 발전하는 단계이지만, 언젠가 정밀도가 더욱 향상되면 스스로 수면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수면 관리는 현대인의 건강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으므로 머지않은 미래에 간이 계측방법이 표준이 될 것이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bronstein, p27 -
이런 맥락에서 본 글에서는 애플워치를 활용한 수면어플리케이션 'Autosleep'을 책의 내용과 함께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Autosleep은 앱스토어에서 한화로 3,900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구독형 어플이 아닌 일회성 구매 어플이기 때문에 커피 한잔 값에 평생에 걸친 내 수면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만 하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수면에 들기 전에 손목에 애플워치를 차고 자면 된다. 꼭 애플워치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지만 보다 정밀한 계측을 위해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애플워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심박수를 측정하여 자동으로 수면상태를 점검하지만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에 들기 전 워치에서 '수면시작' 버튼을 눌러서 가동시켜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수면을 취한 후, 다음 날 아침이면 수면 상태 분석 리포트가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리포트 내용 중 특히 눈여겨 봐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Autosleep 수면리포트, 무엇을/왜 봐야 하는가?]
1) 수면 시간
적절한 수면시간은 얼마일까? 연구에 따르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7시간씩 규칙적인 수면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많이 잔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7시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좋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Autosleep의 수면 리포트 중 수면시간이 7시간 정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매일 체크하면서 취침시간과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2002년,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연구팀은 보험 회사와 미국암협회와 함꼐 110만 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실시했다. 대규모 조사였던 까닭에 당시 언론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 결과, 평균적인 수면 시간은 남녀 모두 7.5시간이었다. 물론 편차는 있어서, 3~4시간을 자는 사람도 있고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평균값을 정점으로 정규분포를 나타냈다. 이 연구팀은 6년에 걸친 추적조사를 통해 수면시간과 사망률의 관계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사망률이 낮았던 것은 수면시간이 약 7시간 (6.5~7.5시간)인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수면시간이 짧은 사람, 즉 3시간만 자는 사람들의 경우는 사망률이 1.3배 높았다. 한편 수면시간이 7시간보다 긴 사람들 또한 사망률이 높았다고 한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bronstein, p53 -
2) 수면 패턴, 깊은 수면, 실질 수면
잠을 잔다고 해서 신체가 항상 동일한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정상적인 수면은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약 4~5회 주기로 반복된다고 한다. 따라서 Autosleep의 수면 리포트 중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이 어느 주기로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정상적인 수면의 경우, 잠이 들면 먼저 비렘수면(뇌와 몸이 휴식하는 수면)에 들어가고 그 후에 렘수면(뇌는 활동하지만 몸은 휴식하는 슈면)으로 이행한다. 수면 중에는 기본적으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교대로 반복된다. 비렘수면에는 4단계가 있으며, 뒤로 갈수록 깊은 수면이 되고, 비교적 길게 비렘수면이 지속된다. 그리고 이윽고 렘수면으로 넘어간다. 비렘수면이 시작될 때부터 렘수면이 끝나기 전까지를 '수면주기'라고 하며, 이 주기가 4~5회 반복된 뒤 잠에서 깨어난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bronstein, p22 -
또한, 깊은 수면을 취하다가 중간에 갑작스레 깨는 시간대를 찾았다면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주로 잠에서 깬다. 자기 직전에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에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LED 형광등에 노출되는데 이것이 나의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실제로 LED 형광등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억제된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본 글의 가장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이를 파악하고 나서 먼저 잠에 들기 30분 전에는 수분 섭취를 피하고, 화장실에 간이 수면등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의 수면 패턴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깊은 수면과 실질 수면시간이 얼마인지를 지속 체크해나가면 수면습관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3) 수면부채
수면부채라는 개념은 윌리엄 C. 디멘트 교수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수면부족이 만성화되면 빚더미처럼 수면부채가 쌓이게 되고 이를 청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수면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수면 부족과 수면 부채는 어떻게 다를까? 수중에 있는 돈이 모자라서 돈을 빌리기는 했지만 금방 갚을 수 있는 상태가 부족이고, 빚이 불어나서 갚을 방법이 없어진 것이 부채다. 이렇게 생각하면 둘의 차이가 분명해 보일 것이다. 즉, 수면 부족이 쌓여서 만성화되면 수면 부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수면 부족이 축적되면 암, 당뇨병이나 고혈합 등의 생활습관병,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인지증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수면부채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bronstein, p48 -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수면 부채가 쌓이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도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등의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6시간 수면을 2주 동안 계속하면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이틀 동안 밤을 새운 상태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 이렇듯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축적되어가는 것이 수면 부채의 무서움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어쩔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난다. 그러면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려서 몸도, 마음도 무너질 수 있다.
- <숙면의 모든 것>, 니시노 세이지, bronstein, p51 -
이와 관련하여 Autosleep 에서는 수면잔고 리포트를 통해 수면부채를 체크한다. 일간, 주간 데이터를 계산하여 적정 수면시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얼마나 모자란지'와 수면부채를 해소하기 위해서 '오늘은 언제 잠자리에 들어야하는지'를 계산해준다. 수면부채를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말 좋은 기능이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If you measure it, you can improve it"
구글의 기업 핵심가치 중의 하나이자,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기도 하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수면의 중요성과 수면부채의 위험성은 이 글을 읽었다면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본 글에서 소개한 Autosleep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자신의 수면패턴의 모든 것을 낱낱이 해부하여 계량화 시키고 매일 이를 트랙킹할 수 있다면, 분명히 꿀잠을 통해 삶의 질과 수명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2020/04/01 - [책으로 읽는 세상] - 잠을 자도 아침마다 늘 피곤한 이유! (feat. 숙면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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