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여 '우수수' 쏟아져버릴 때가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댈수록 부정적인 감정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를 더 깊은 우울감과 분노의 동굴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가져다주는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단순히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생리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우리 몸에 굉장히 위험한 요인이다.
뉴욕 록펠러 대학의 브루스 매큐언 교수는 쥐들을 3주 동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게 했다. 그러자 의사결정과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부위가 수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공포나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는 커졌다. 즉 만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들은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불안 증세가 증폭된 것이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만성적 스트레스에 의한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가 지속 된다면 인지 활동을 하는 뇌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감정적 반응을 감당하는 뇌는 더 커져버리게 되면서, 문제해결 능력 저하, 이성적 판단 마비, 감정의 극심한 기복을 겪게 되는 것이다.
-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로크미디어, p372 -
사실상 스트레스를 주는 짜잘한 사건들 하나 하나와 각개전투로 싸울 때는 해볼만 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방치해둔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덤빌 때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이 하나 둘 모여서 눈덩이 처럼 크게 쌓여 우리를 한 순간에 집어 삼키려든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 "아 스트레스 받아!"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며 머리털을 한 웅큼 쥐어 뜯어도 변하는 건 없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처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라이프 코치 마이크 베이어는 스트레스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에 있다고 지적한다.
당신이 지독한 스트레스에 짓눌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고안하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예방과 치료는 완전히 다르다. 육체적 질병이 그렇듯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쉽다.
- <베스트셀프>, 마이크 베이어, Andromedian, p176 -
이처럼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미리 준비해놓는 것은 일종의 처방전을 미리 끊어놓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야만 이 위험한 녀석들이 힘을 합쳐 몰려오기 전에 각개전투로 그 때 그 때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만약 스트레스 관리법이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의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버릴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 4가지를 대해 알아볼 것이다.
1. 마음챙김 호흡
우선 첫 번째 방법은 '마음챙김 호흡'이다. 들숨과 날숨을 의식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에 집중하기만 해도 흥분된 마음이 진정된다. 그렇게 부정적 감정의 응어리들을 큰 호흡과 함께 어느정도 날려버릴 수 있다. 일종의 명상과 같은 효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리를 비우고 오롯이 생리적 현상으로서의 호흡에만 집중하면 어느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감정의 억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호흡을 하는 그 순간 만큼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 호흡'이다.
호흡 연습을 습관화하고 삶의 일부로 삼아라. 호흡 연습을 자주 하면, 뇌 기능이 한층 차분해진다. 요컨대 마음챙김 호흡에 충실하면,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이 닥치더라도 당신을 광분에 몰아넣는 최후의 결정타가 되지는 앟는다. 기초가 튼튼하면 삶의 태풍에도 당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 <베스트셀프>, 마이크 베이어, Andromedian, p177 -
필자의 경우에는 애플워치의 앱을 이용하여 '마음챙김 호흡'을 하는 시간을 스케쥴에 따로 마련해놓는다. 앱을 활용하면 좋은 점은 '마음챙김 호흡'을 할 시간을 미리 세팅하여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는 타이밍에는 애플워치가 손목에 가벼운 진동을 준다. 진동에 맞춰서 크게 들숨을 들이 마쉬고, 내뱉고를 리드미컬하게 반복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2. 산책하기 (걷기)
두 번째 방법은 산책 (걷기)이다. 운동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운동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운동을 하라!"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헬스장에 쇳덩이를 들거나 트레드밀을 열심히 밀어내야만 할 것 같다. 혹은 스포츠 의류와 각종 장비를 착용한 채 스포츠 종목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이 운동을 포기한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그냥 걷는 것도 운동이니까!
실제로 배우 하정우는 '걷기 매니아'다. 그는 출퇴근은 물론 약속장소에 가더라도 서울이면 무조건 도보로 이동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로지 걷기 위해서 일 년에 몇 번씩이나 하와이로 떠나서 몇 일을 아무 일정 없이 하루 종일 걷고 온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는 '걷는 것'이 주는 다양한 효능 중 스트레스와 고민 해소 기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그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설파한다.
만약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서 지금 당장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라면 그저 나가서 슬슬 걸어보자. 골백번 생각하며 고민의 무게를 늘리고 나쁜 기분의 밀도를 높이는 대신에 그냥 나가서 삼십분이라도 걷고 돌아오는 거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기분 모드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p30 (리디북스 ebook 기준) -
필자 또한 이 책을 읽고난 후,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조건 어디로든 걷고 본다. 발바닥이 땅을 밀어내면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다보면 피가 뜨거워진다. 걷기만 하는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뿐만 아니라 주변 풍경들과 하늘 색이 바뀌는 모습, 바람내음을 맡다보면 어느새 거짓말처럼 기분이 나아진다. 한 만 보 이상을 쉬지 않고 걷고나면 조금 지친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고민이 머릿속을 파고들 틈도 없이 곯아 떨어진다.
3. 글쓰기
세 번째 방법인 글쓰기는 감정을 정화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정적 감정들을 다스릴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인 매튜 리버먼은 성인들에게 다양한 사진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정서적 측면을 잘 기술하고 있는 단어를 고르는 과제를 내주었다. 참가자들은 사진을 보며 '화난', '겁먹은' 같은 단어를 찾으면 되었다. 연구 결과 불쾌한 사진을 보더라도 그것의 정서적 측면을 적절히 서술할 수 있을 때,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략)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정서 명명하기 (affect labeling)'라고 한다. 매튜 리버먼 교수는 여러 연구를 실행한 끝에 감정 정화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서 명명하기'이며, 특히 부정적인 정서일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영성, 스마트 북스, p207 -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기술하는 것이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 시킴으로서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는 것이다. 대단한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목적 자체가 자신의 감정을 한 발 떨어져서 살펴보는 것에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치장하거나 과장할 필요도 없으며, 감추고 생략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종이에 뱉어내는 것이니 부담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작은 것의 힘>이라는 책에 다양한 방법들이 잘 제시되어 있다. 그 중 두 가지만 맛보기로 살펴보도록 하자.
1) 15분 동안 머리에 떠오르는 것 전부 쓰기: 매일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전부 적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면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 이곳은 자신의 하찮은 모습까지 다 내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감저을 상하게 할까 봐 혹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돼서 입 밖에 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들도 다 적을 수 있다.
- <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 트리시 레너드 커틴, Andromedian, p282 -
2) 검열하지 않는 편지 쓰기 (보내지 않을 편지) 우리가 많은 이들에게 사용한 또 하나의 아주 효과적인 도구는 슬픔, 분노, 좌절, 억울함 같은 원치 않는 감정을 그런 감정을 품게된 원인으로 파악된 사람에게 검열 없는 편지를 쓰면서 쏟아붓는 것이다. (중략) 이 검열되지 않은 편지는 보내지 않는 게 좋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건 여러분만을 위한 것이다.
- <작은 것의 힘>, 아이슬링 레너드 커틴, 트리시 레너드 커틴, Andromedian, p284 -
실제로 두 번째 '검열하지 않는 편지쓰기'는 에이브러험 링컨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던 방법이다. 책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의 한 대목을 통해 링컨이 정확히 이 방법을 활용했음 확인할 수 있다.
동료에게 화가 나면 링컨은 '뜨거운' 편지라 칭한 것을 써대며 글로 분노를 토해냈다. 그러고는 그 편지를 한쪽에 밀어놓고 분노가 가라앉아 상황을 한층 명확한 눈으로 분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20세기로의 전환기에 링컨 문서가 공개됐을 때 역사학자들은 그런 편지를 다량으로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그런 편지의 아래쪽에는 링컨의 필체로 "발송금지, 서명금지"라 쓰여있었다. (중략) 링컨은 분노가 가라앉을 떄까지 참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해보라고 권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무지막지한 공개적인 공격까지 기꺼이 용서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394 -
4. 독서
마지막 네 번째 방법은 독서다. 앞의 방법들은 그렇다쳐도 마지막 방법으로 내놓은 것이 '독서'라니... 되려 스트레스가 쌓이는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서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사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 인지신경 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서, 산책, 음악감상, 게임, 커피마시기 등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흔히 떠올리는 활동들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바로 독서라고 한다.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퍼센트 감소되고, 근육 긴장이 풀어지며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활동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은 하지만 독서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게임의 경우 스트레스는 줄어들지만 심박수는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를 진행한 루이스 박사는 "독서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잘 충족시켜준다.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자각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빠져 일상의 스트레스와 걱정에서 탈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전했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걷는나무, 사이토 다카시, p46 -
요약하자면 책은 현재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압박의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기 좋은 조건을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친절하게 종이 위에 활자로 창조해낸 세계 속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몰두해서 읽다보면 어느순간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미국 최악의 탄광 파업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 다리륻 다쳐서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던 그는 스트래스 해소를 위해 그 시기 독서에 매진했다.
루스벨트는 가장 신뢰할 만한 오락거리, 즉 독서에 맹렬히 탐닉했다. 어렸을 때부터 루스벨트는 문학을 통해 다른 삶들의 삶으로 도피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재미있는 모험을 간접적으로 즐기고 자유롭게 숨쉬며 위대한 공적을 완수해낼 수 있었다. 책이 그의 정체성을 형성한 주된 요소였다고 말하는게 결코 과장은 아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460 -
루스벨트는 이 시기 의회 도서관 사서 허버트 퍼트넘에게 책을 추천받아서 열심히 독서를 했는데, 한 번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원하던 책을 정확히 보내 주었습니다. 지금 가스통 마스페로를 읽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지중해 종족에 댛나 주세페 세르지의 이론을 틈틈이 읽으며 머리를 식히기도 합니다. (...) 내 의무와 관련된 모든 것, 예컨대 석탄 파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고 아시리아와 이집트의 관계를 다룬 역사서를 읽으며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즐겁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connecting, p460 -
이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4가지 방법(마음챙김 호흡 / 산책하기 / 글쓰기 / 독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각자의 취향이나 맥락이 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이 방법들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제 때에 제대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딱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한 두개씩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 것인가?
잠을 자도 아침마다 늘 피곤한 이유! (feat. 숙면의 모든 것) (1) | 2020.04.01 |
---|---|
서평 '잘'쓰는 방법 (0) | 2020.03.31 |
4명의 위대한 대통령에게 배우는 '안티프래질 전략' (0) | 2020.03.24 |
뛰어난 리더의 인재영입 방식 (feat. 링컨과 조조의 채용기준) (0) | 2020.03.20 |
회사에서 가장 무서운 말, "원래 그렇게 하는거니까" (0) | 2020.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