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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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면 굉장히 길고, 돌아보면 너무도 짧은 것이 회사생활이다.

우리는 20대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여, 50대에 퇴직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직장을 몇 번 옮길 수도 있고, 때로는 원하든, 원치않든 더 이른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기도 한다. 어찌됐건 한 개인이 특정 패턴의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되는 조직시스템에서, 시간의 먼지로 뒤덮인 문화는 우리의 사고를 경직시킨다.

 

 

 

 

 

 

"어떻게 하는거지?", "왜 그렇게 해야만 하지?"라는 신입사원 시절의 질문은 직급이 오르며 어느 순간 "원래 그렇게 하는거니까"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모든 조직의 창의성과 활동성이 하나씩 하나씩 마비되며 굳어간다.

 

이러한 사고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특정 시스템이 자리잡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다거 결국 그 당시에 가장 합당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채택된 것이 현행의 방법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부분의 회사 업무들은 그렇게 갖은 노력과 고민으로 만들어낸 일의 패턴을 위에서 아래로 계속 구전하고, 받아들이고, 또 다음 세대에게 구전하고 받아들이면서 이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바뀌는 동안 세상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인즉슨, '그 당시에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었던 것이 지금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늘 해왔던 방식이 지금 상황에서도 최선일 것이다? 착각하지 말 것. 애석하게도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한다. 진화론적으로 모든 생물체가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조직도 시장도 하나의 유기체라는 관점에서, 이전의 방식만을 고수하다가는 책상을 빼고 간판을 떼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것도 우리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세상은 냉정하고 고객은 그보다 더 잔인하다. 결국 무엇이든 변하지 못하면 죽는다. "이전의 방식"을 고수하고, "원래 그렇게 하는거야"라는 식의 무의식적인 경직성이 언젠가 우리의 목을 조를 것이다.

 

 

 

 

 

2012년 1월 19일.

소풍을 갈 때면 항상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챙겨가던 학창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의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필름 카메라의 선두주자였던 거대기업 코닥(KODAK)이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은 "시장의 소비자들의 수요가 필름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옮겨간 흐름을 극복하지 못한 코닥이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사실 놀랍게도,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 것은 다른 경쟁사가 아닌 코닥이었다. 1975년 코닥은 전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상용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들은 '늘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결론 하에, 노다지 기술인 디지털 카메라를 내다 버렸다. 세상은 잔인하게도 빨리 변하는데, "원래 하던 방식"을 고수하다가 글로벌 거대 공룡기업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실리콘 밸리의 현자이자, 애플(Apple)의 창립자인 스티브잡스의 인터뷰 내용은 우리에게 엄청난 인사이트를 준다. 그의 여러가지 인터뷰 내용을 다큐멘터리화 한 <Apple, The Lost Interview: Steve Jobs>에서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음... 제가 오랜 시간 사업을 운영하면서 알게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왜 그 일을 하는가?'라고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다들 '원래 그렇게 하는거야'라고 말했죠. 그 누구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깨달은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중략) 저는 이처럼 비즈니스에 만연한 관점들 (왜 그렇게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원래 그렇게 했기 때문에 늘 그렇게 하는 방식이 자리잡는 현상)을 '구전설화'라고 부릅니다. 어제도 그렇게 했고, 그저께도 그렇게 했으니 오늘도 내일도 계속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냐면요, 반대로 많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고민하고, 열심히 탐구해나가는 자세만 갖춘다면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영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코닥의 실패와 스티브잡스의 조언을 미루어 살필 때,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사고를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원래 그렇게 하는거야"

"그냥 하던대로 하라면 해"

 

반대로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이렇게 물어야 한다.

 

"왜 그렇게 해야만해?"

"정말 이게 최선이야?"

 

 

 

 

하지만 한 명의 깨어있는 개인이 조직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다. 오히려 현실의 회사생활에서 '백마 탄 초인'은 나타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있다한들 "쟤는 왜이렇게 모났어?", "쟤는 지만 잘났지?"라며 미움받기 쉽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이를 제도화하여 공식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깊게 뿌리박혀있는 안일함과 경직된 조직문화는 제도로서 접근해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러한 제도적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신영준 박사, 고영성 작가의 <일취월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단 의사결정의 실패를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반대 의견을 내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특히 회의할 때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악마의 변호인'이나 '레드팀' 제도를 이용해도 좋다. 악마의 변호인은 무조건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뜻하고 레드팀은 본래 팀의 실행계획을 비판하거나 무산시키는 임무를 받은 팀을 말한다. 다만 형식적인 악마의 변호인이나 레드팀 제도는 그 효용이 떨어진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소수라고 할지라도 진정성 있게 반대하는 사람이나 팀이 있다면 그 사람이나 팀을 중심으로 악마의 변호인이나 레드팀 제도를 활용하라. 한 실험에서 진정성 있는 반론자는 형식적인 악마의 변호인보다 해결책을 48%나 더 많이 내놓았고 해결책의 질도 훨씬 좋았다고 한다.

-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로크미디어, p195 -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라.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자.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현재가 최선인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고민하자.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취월장>에서 소개한 '악마의 변호인'이나 '레드팀' 제도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고로 지나간 시간에 멈춰있는 자는 반드시 역사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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