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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란 무엇일까?

 

서평의 어원을 뜯어보면 간단하게 그 의미를 조망해볼 수 있다. 서평(書評)은 책 서(書)와 평할 평(評)의 한자어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책을 소재로 하여 비평을 하는 글'을 우리는 '서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의미가 모호하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독후감서평에 대한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잦다. 두 갈래의 글 모두 책을 소재로 하여 작성하는 방식이다. 큰 의미에서 보면 두 갈래를 굳이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서평과 독후감은 서로 다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평을 쓰느냐, 독후감을 쓰느냐에 따라서 책을 읽는 방식과 해석하는 관점 또한 달라진다.

 

서평 쓰는 법
국내도서
저자 : 이원석
출판 : 도서출판유유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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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평쓰는 법>의 저자 이원석 작가는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점을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첫째,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이다.

 

독후감은 문자 그대로 책을 읽은 다음의 감상을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정서의 반응이죠. 직접적인 반응에 가까워 책에 대한 독자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합니다. 이와 달리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습니다. 본질적으로 논리적인 반응이지요. 물론 느낌이 포함되지만 그 느낌은 논리적 사유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에 대한 메타 성찰이라 하겠지요.

-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유유, p24 -

 

 

 

좋은 지적이다. 먼저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말하지만, 독후감과 서평이라는 장르의 글의 우위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방식과 논점의 흐름 패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독후감은 말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을 적는 글인 반면, 서평은 책에 대한 비평을 하는 글이다. 독후감이 개인적인 감상문에 가깝다면, 서평은 설명문 혹은 논설문에 가까운 글이다.

 

둘째, 독후감이 내향적이라면, 서평은 외향적이다.

 

독자의 마음에 일어나는 느낌은 소중합니다. 그 독자만의 고유한 감정이기 때문이지요. 독후감은 독자만의 고유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에 초점을 두어, 독후감을 쓰는 이가 자신의 다채로운 정념과 직면하게 도와줍니다. (중략) 서평은 그 서평을 읽어 줄 다른 이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책의 독자인 서평자의 정신이 서평의 독자이자 그 책의 예비 독자에게 나아가는 겁니다. 서평의 일차 목적은 서평을 읽는 독자를 자기의 주장으로 끌어들이고, 독자에게 서평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서평과 독자 사이에는 공적이고 사회적인 목적이 개입합니다. 서평은 해당 책에 대한 서펴악의 해거과 평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나아가 설득하려 합니다. 내가 작성한 서평을 통해 그 책을 집어 들거나 그와 반대로 그 책을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유유, p24 -

 

독후감은 명확한 독자를 설정해놓고, 그 대상을 위해 초점을 맞춰서 쓰는 글이 아니다. 자신의 감상과 느낀 점을 정리하여 정서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글이다. 따라서 책을 읽고 자연스레 일어나는 나의 감정을 얼마나 생동감있게, 창의적으로 묘사하느냐가 관건이다. 반면, 서평의 독자는 '이 책의 잠재독자'를 대상으로 쓰는 글이다. 책의 내용과 장단점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서평의 독자에게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 혹은 "이 책은 읽지 마십시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쓰는 글이 서평이다. 따라서 서평에서는 논리의 배열과 일관적인 설명이 중요하다.

 

 

 

 

 

독후감의 경우 느낀 점을 말하는 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좋은 글이다, 아니다"를 평가내리기가 어렵다. 반면 서평은 논리적인 글이므로, 정합성과 적합성을 바탕으로 "좋은 글이다, 아니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용이하다. 그런 점에서 이원석 저자는 그런 점에서 독후감은 주관적인 반면, 서평은 객관적이라고 말한다. 독후감이 독백이라면, 서평은 대화라고 말한다.

 

셋째,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이다.

 

앞서 설명했듯, 독후감은 책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와 내적 성찰을 통해 이 책의 잠재독자 혹은 잠재수요자를 설득하는 글이다. 따라서 독후감과 달리 서평은 타인에게 어떠한 행동변화를 촉구하는 글인 것이다. 따라서 독후감은 자신에게 머무르는 글인 반면, 서평은 타인에게로 통하는 관계의 글이다.

 

책에 대한 그의 반응이 서평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동일하다면, 그 서평은 실패한 셈입니다. 성공한 서평은 어떤 것일까요? 서평을 쓴 사람이 의도한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보통 의도하는 반응은 서평의 독자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빌리든 서점에서 사든 상관없이 책을 읽게 하는 거지요. 혹은 읽지 않게 하기를 목적으로 삼기도 합니다. 너도 나도 좋은 책이라고 할 때 그 책을 읽지 않을 이유를 납득시킨다면, 그 서평은 성공한 서평입니다.

-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유유, p26 -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독후감과 서평의 우위를 가리자는 글이 아니다. 애초에 목적이 서로 다른 갈래인데, 둘의 우위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뿐더러 불가능하다.

 

독후감은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적는 감상과 치유의 글인 반면, 서평은 설득과 논리력을 날카롭게 갈고 닦을 수 있는 통찰과 설득의 글이다. 이처럼 두 갈래의 글 모두 장점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후감이건, 서평이건 결국 수동적인 독서를 넘어 적극적으로 새로운 창조물을 내어 놓는 과정이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독서 방법이다. 단순이 읽는 행위에 머무르면 성장할 수 없다.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저자와의 진정한 대화가 시작되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가지런히 정리되며, 때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창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원석 저자는 책을 읽은 후,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책에 다가가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책에 대한 나름의 해석입니다. 해석을 통해 책은 계속 만들어져 갑니다. 저자의 (읽고) 쓰는 행위와 독자의 읽(고 쓰)는 행위로 끝없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저자와 독자가 섞이고 읽는 것과 쓰는 것이 합류합니다. 책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유유, p30 -

 

단순히 수동적인 독서에 그쳐서는 안된다. 저자가 써낸 책을 소재로 하여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나만의 글을 세상에 새롭게 내어놓는 적극적인 독서로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계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나의 성장은 물론 공동체의 지적 생태계의 확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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