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자와 대화하지 말라" 라는 격언이 있다. 삼국지에는 다양한 삶의 지혜와 인간상을 다루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읽어야할 필독서라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반대로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자와는 대화하지 말라" 라는 격언도 있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었으면 앞서 말한 삶의 지혜에 대해 통달하여, 다양한 계략을 꾸미는 방법과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책략 등을 습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조심해야 하므로 말도 섞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어찌됐건 확실한 것은 삼국지는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스테디 셀러라는 점과, 인생에 대한 다양한 통찰은 물론 스토리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재미까지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삼국지는 흔히 알다시피, 한나라 말기에 황실이 무너져가는 시점에서 유비, 조조, 손권의 맹주가 중국 대륙을 3개국으로 나누어 패권을 다투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중국 한나라 헌제 초평 원년(190년)에서 진 무제 태강 원년 (280년)에 이르는 90년이 삼국지의 시대적 배경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삼국지가 왜 앞서 말했듯 삶의 지혜와 재미를 보장하는지 알 수 있다.
책 <삼국지 강의>의 저자 이중톈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이 90년간은 어떤 시대였을까요? 바로 '난세'라는 두 글자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봉화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굶어 죽은 시체가 들판에 가득 찼으며, 전쟁이 빈번하여 백성들은 근근이 살아가기도 힘들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난세는 영웅을 배출합니다. 검푸른 파도가 몰아칠수록 영웅은 더욱 그 본색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영웅 배출의 시대이기도 하고, 남성의 강한 기운이 넘쳐 영웅의 기개를 가졌으면서도 낭만적 정서도 가진 시대였습니다.
- <삼국지 강의>, 이중톈, p34 -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난세에는 영웅호걸이 구름과 같이 떼지어 출몰한다'는 원칙과도 같은 역사적 불문율이 있다. 생각해보면 비단 중국의 삼국시대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거의 모든 국가의 역사에서 난세라 일컬을 만한 시대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영웅이 배출되었다. 이러한 시기를 다룬 책이나 영화, 게임은 대다수 흥행에 성공한다. 각각의 영웅들이 지니고 있는 성격과 역량, 팀워크에 따라서 성패가 엇갈리는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부지기수로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컨텐츠는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의 교훈을 우리 삶에 적용할 거리가 많기 때문에 유익하기까지 하다.
나 역시 삼국지를 게임으로 먼저 접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KOEI'라는 게임 제작 회사에서 만든 삼국지 시리즈가 유행이었다 (아마 지금도 계속 시리즈가 업데이트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을 하다보니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접한 책이 바로 요코야마 미츠테루 작가의 60권짜리 만화, <전략 삼국지>이다. 대부분 삼국지 소설은 그 양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초등학생인 내가 읽기에는 벅찼다. 아무리 만화였어도 꽤 많은 분량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3회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그 이후 중학생이 되어 읽은 삼국지 시리즈는 이문열 작가의 <이문열 삼국지> 세트였다. 한국의 저명한 소설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인물의 심리묘사나 문장력이 굉장히 탁월했다. 이문열 삼국지는 '평역'을 기초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 이문열씨의 평가나 사견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딱딱하지 않고 유려하게 읽으면서 작가의 관점을 나와 비교해볼 수 있어서 재밌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이문열 삼국지는 그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조조예찬론, 다시말해 등장인물 중 악역으로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조조를 높이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조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그 다음, 대학생이 되어 접한 책은 <황석영 삼국지>이다. 황석영 역시 국내의 작가 반열에서 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거장 중의 한 명이다. 황석영 삼국지는 당시 삼국지 시리즈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점유하던 이문열 삼국지보다 늦게 출간되었다. 따라서 이를 의식해서 썼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앞서 말했듯 이문열 삼국지가 '평역'이었던 반면, 황석영 삼국지는 원본인 나관중 삼국지를 가장 충실하게 번역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정역'이라고 브랜딩했다. 따라서 이문열 삼국지와 달리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 없이 스토리가 쭉 이어진다. 하지만 고문으로 작성된 나관중 삼국지의 원문을 완벽히 정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정역이라는 사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었다. 어찌됐건 나는 황석영 삼국지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스토리를 끌고가는 힘이나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서술방식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내가 아쉬웠던 점은 황석영씨의 문체와 작가정신이 더욱 많이 드러나도록 되려 '평역'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책이다.
|
만화와 소설로 쓰여진 삼국지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단순 재미를 넘어서 지적 호기심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애초에 <삼국지연의>는 소설갈래이기 때문에 과장된 부분이나, 후대에 구전되는 과정에서 추가되고 삭제된 내용이 많다. 상상과 허구가 섞인 문학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삼국지연의가 없이 삼국지라는 시대가 역사서에만 기술되어 있었다면 지금처럼 널리 유행으로 퍼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 매니아라면 보다 깊은 이해와 지식을 쌓기 위해 상상과 허구라는 문학적 거품을 걷어내고, 정사로 기록된 팩트 중심의 역사를 알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회사원이 되어서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서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삼국지 해제 도서들을 읽어보았다.
이를 고려하여 추천하는 책은 바로 이중텐의 <삼국지 강의>이다. <삼국지 강의>는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조, 유비, 손권이 활약하던 삼국시대의 내용이 주이며, 2권은 사마씨가 종국에 삼국을 통일한 이후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
|
이 책의 저자 이중톈은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기획한 방송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강의했다. 이 강의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강의내용을 보강하여 삼국지를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삼국지 강의>는 소설 '삼국지연의'는 물론이고, '진수삼국지', '삼국사화', '후한서' 등의 역사서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 소주제로 나누어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는 삼국지연의 자체를 배척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가 정사라고 이야기하는 역사들도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다양한 원문들을 함께 보는 것은 '삼국지'라는 문화 자체를 넓고 깊게 조망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견해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삼국지의 역사 그 자체를 탐구해보기에 적합한 책이다.
이에 대해 엮은이 김성배, 양휘웅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중톈의 책에는 역대로 '삼국지'를 연구한 수많은 학자들의 견해가 두루 수용되어 있다. 그는 중국 근대문학의 기수 루쉰, 20세기 중국의 4대 역사학자인 뤼쓰몐과 첸무, 가장 훌륭한 '삼국지' 주석서로 평가받고 있는 <삼국지선주>의 작가 먀오웨, 중국의 천재작가이자 학자로 추앙받는 첸중수, 저명한 <홍루몽> 연구가인 저우루창, 삼국사의 권위자인 류샤오, 인윈궁, 빼어난 사상학자인 주웨이정 등 근현대 중국의 저명한 학자들의 저서와 논문을 두루 인용하며, 자신의 견해에 대해 일일이 그 근거를 밝혔다. 또한 인용하고 있는 사료에 대해서도 정확한 출처를 표기하여 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 <삼국지 강의>, 이중톈, p470 -
나는 오래된 삼국지의 팬으로서 삼국지 문화가 더욱 널리 퍼지고,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입시 관련 국사, 근현대사 일타강사 설민석 강사가 쓴 <설민석 삼국지>도 입문서로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설민석 강사는 비단 학원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역사를 알기 쉽게 알려주고, 대중화하는데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스토리텔링의 대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민석 강사가 쉽게 풀어쓴 <설민석 삼국지>는 삼국지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보다 가볍고 편하게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위에서 언급한 책들로 시작하기에 겁이 난다면, 먼저 설민석 강사님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추천한다.
|
책 보기를 부동산 보듯 하라 (0) | 2020.03.14 |
---|---|
"찐친"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간관계인 이유 (feat. <소셜애니멀>, <작은것의 힘>, <타인의 영향력>) (1) | 2020.03.13 |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 (11) | 2020.03.11 |
성공하는 기업의 성공하는 PPT 제작 노하우 (0) | 2020.03.10 |
비교: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직업, 꿈이 밥벌이에 그쳐선 안되는 이유) (1) | 2020.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