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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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는가?

 

이 영화는 전설적인 록그룹 Queen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자전영화이다. 누군가 내게 이 영화의 명장면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나는 모든 관중들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쿵쿵짝" 소리에 맞추어 'We will rock you'를 떼창하는 장면을 이야기할 것이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던 당시 벅차는 가슴에 나도 모르게 조용히 발을 구르기도 했었다.

 

'We will rock you'는 1977년에 발매된 Queen의 앨범 <News of the world>의 수록곡이다. 이 노래는 실제로 많은 스포츠 경기의 테마곡으로도 사용되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We will rock you는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Queen의 대표 명곡 중 하나다. 심지어 Queen에 대해서 악평을 해온 것으로 유명한 락매거진 Rolling stones에서도 500대 명곡 리스트 안에 이 노래를 올려놓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대체 무엇이 이 노래를 이토록 엄청난 히트곡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일까?

 

We will rock you는 사실 간단한 비트로 이루어진 단순한 곡이다. 드럼비트, 타악기 탐탐 소리 위에 기타리프를 얹어 놓은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의 긴장감이 팽팽하고, 단순한 비트에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바로 수 천, 수 만명의 관객들이 드럼비트에 맞춰서 함께 발을 두번 '쿵, 쿵' 거리고 연이어 박수를 한 번 '짝' 하고 쳐내면서 동기화된 움직임과 웅장한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쿵쿵 짝, 쿵쿵 짝!' 이렇게 모두가 한 몸이라도 된 듯, 신나게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것이 이 노래의 핵심 포인트이다. 관객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원주민들의 종교의식 같이 보이기도 할 정도인데, 신기한 것은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함께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연 영상을 보아도 그렇다. 얼굴도 모르고 출신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는 행위 만으로도 공연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한껏 고조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인 것 마냥 공연이 끝난 후,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고, 포옹하거나 행가래를 하는 등 하나된 일체감을 느끼는 듯 한 것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이러한 현상은 실제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장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객들 중 한 명이 되어, 가수의 요구에 따라 박자에 맞춰 손을 위 아래로 흔들어 본 경험이 있는가? 이렇게 모두가 하나의 동작을 함께 하며, 다같이 떼창을 부를 때 그 느낌이 어땠는가?

 

 

 

 

 

 

 

에밀 뒤르켐은 집단이 한 공간에서 모여 공통의 동기화된 움직임을 보일 때, 구성원들은 행복한 자기초월감을 느끼며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집단적 열광'에 빠져든다고 표현했다.

 

1912년,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람들이 함께 의식을 치르거나 기도를 드리거나 일을 할 때 느끼는 행복한 자기초월감 (Self transcendence)을 일컬어 '집단적 열광 (Collective effervescence)'이라 표현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또 자기들보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됐다고 느낀다. 이렇게 연결된 느낌을 경험할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동기화된 움직임 (Synchronized movement)'이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98 -

 

영국의 인류학자 A.R 래드클리프 브라운은 20세기 초, 인도 벵골만의 안다만 제도에 거주하는 원주민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관찰했다. 그의 연구 내용 중 원주민들의 단체 춤 의식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앞서 뒤르켐이 이야기했던 '집단적 열광'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한 곳에 원을 이루고 모여서 박자에 맞춰 같은 춤을 추는 의식을 하는데, 이 때의 광경은 마치 각각의 개인들이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하며 희열을 느끼는 도취감에 빠잔 것 처럼 보였다고 한다.

 

영국의 인류학자 A.R. 래드클리프 브라운은 20세기 초에 인도 동족 벵골만의 안다만 제도에서 원주민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곳 원주민은 걸핏하면 춤을 추면서 의식을 치렀는데, 그러한 춤 의식의 심리적 효과가 래드클리프 브라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의식에 참여한 사람은 춤에 열중하면서 통일된 공동체에 점점 더 빠져든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엄청난 에너지나 힘으로 한껏 고양되어 기이한 행동을 감행한다. 한껏 도취된 상태에서는 자기존중감이라는 유쾌한 자극이 동반되기 때문에 댄서는 자신의 힘과 가치가 엄청나게 커졌다고 느낀다. 아울러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완벽하고도 황홀한 화합을 이룬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을 향한 애정과 믿음도 덩달아 강화된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100 -

 

 

 

 

 

 

 

 

이와 비슷한 내용이 옥스포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브로닌 타르 박사가 진행했던 집단실험에서도 증명되기도 하였다. 이 실험은 사람들을 같은 춤을 추게 한 실험군과 서로 다른 춤을 추게한 대조군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 간 사회적 결속력의 차이를 측정한 것이었다. 

 

마라조섬에 있는 동안 타르는 현지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실시했다. 음악에 맞춰 하람들과 한 동작으로 춤추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음악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추었다. 일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동작을 취했고 일부는 자기 멋대로 추었다. 같은 동작으로 춤춘 학생들은 제멋대로 춤춘 학생들보다 나중에 동료에게 유대감을 더 강하게 느꼈다. 타르는 영국에 돌아가서 조건을 바꿔가며 실험을 몇 차례 더 실시했다. 처음엔 참가자들에게 헤드폰으로 전달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게 했다. 이번에도 같은 동작으로 춤춘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보다 함께 춤춘 낯선 이들과 더 강하게 연결됐다고 느꼈다. 격렬한 신체활동과 음악이 집단적 즐거움에 기여할수는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동기성이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101 -

 

위 실험 내용에서도 이야기했듯, 동기화된 움직임은 집단적 즐거움과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와 나란히 걷거나 박자를 맞추거나 심지어 플라스틱 컵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을 함께 한 후에도, 사람들은 투자 게임에서 더 협력하고 대의를 위해 더 희생하며 낯선 사람을 기꺼이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기화된 움직임은 우리의 정체성을 집단으로 확장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같은 행동을 집단적으로 행하는 것이 단순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그 이상이라는 점에 있다. 무슨 말이냐면 동기화된 집단적 움직임 자체를 통해 뇌가 실제로 타인의 행동과 자신의 행동을 하나로 병합하여 같은 지각의 범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뇌는 동기화된 움직임을 통해 타인과 나를 하나의 개체처럼 인식한다.

 

경계가 사라지는 느낌은 집단적 즐거움의 가장 강력한 측면 중 하나이다. 서로 연결됐다고 단순히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연결됐다고 온몸으로 느낀다. 뇌가 당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존재의 일부로 지각하는 것이다. (...) 당신이 움직일 때, 뇌는 근육과 관절과 내이에서 그 움직임에 관한 피드백을 받는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동작을 취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두 가지 데이터가 동시에 도달하면 뇌는 그 둘을 하나의 통일된 지각으로 병합한다. 당신이 보는 다른 사람의 움직임이 당신이 느끼는 움직임과 연결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몸을 당신의 연장된 몸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104 -

 

 

 

 

 

 

 

다소 어려운 이야기들로 설명했지만,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는 특정 행동을 다같이 함께할 때 행복감을 느끼게 설계되어 있다.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다. 타인과 함께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통해 집단적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적 정체성을 하나로 결속시킨다. 이러한 우리의 본성을 잘 활용한다면 이를 응용하여 많은 것들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마케터나 기획자라면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여 동기화된 움직임을 촉구하고, 이를 통해 집단적 열광을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로 연결시킬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각종 콘서트나 문화행사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것들도 이를 활용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삶의 전략을 배울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동기화된 행동을 할 수 있는 각종 문화 행사에 참여할 것. 혹은 팀을 꾸려서 함께 피트니스 센터에서 같은 운동을 하거나, 스포츠 동호회에 소속되어 정기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을 할 것.

 

"우리는 서로 연결되도록 도와주고 집단성을 구축할 기회를 주는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운이 좋으면 일상 생활에서 그러한 순간을 많이 접하겠지만, 운이 따르지 않더라도 다 함께 움직이는 행사에 참여하면 그런 기회가 저절로 찾아온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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