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반응형

약 2년 전부터 나는 지독한 만성 염증에 시달리고 있다.

 

증상은 항상 똑같다. 귀 밑과 목 뒤에 염증이 차올라서 어느 날 갑자기 퉁퉁 부어오른다.

한번 부어 오르면 한 달이 넘도록 가라앉질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흉하겠지만, 당장 나부터가 일상 생활을 하는데 굉장히 불편하다. 이렇게 염증 증상이 발현되면 늘 병원을 찾아간다. 몇 년간 증상이 반복되면서 이 근처 유명하다는 피부과는 전부 다 가봤다. 답답하고 간절한 마음에 의사 선생님들께 여쭤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의사 선생님, 대체 이 병의 원인이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 거에요."

 

평생을 아무 문제 없이 살았었는데, 2년 전부터 갑자기 염증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니 답답하고 속상했다. 뿐만 아니라 혹여 큰 병의 전조증상일까봐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늘 항생제 주사와 염증에 좋다는 온갖 건강보조제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염증이 생기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원인만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예방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발 지금처럼만 이 지긋지긋한 만성염증과 이별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심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의 생활환경과 행동들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하나 하나 되짚어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 시점 직전부터 '운동'을 몇 개월간 꾸준히 했다는 것 외에 특별히 바뀐 것이 없었다. "에이~ 설마 그건 아닐거야. 운동이랑 염증이 무슨 연관이 있겠어?"라고 시덥잖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것 말고는 바뀐 것이 없었다.

 

 

 

 

사실 나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하지만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 매일 퇴근 후, 집 앞에 있는 공원을 3km 씩 꾸준히 달렸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피트니스 센터 정기 회원권을 등록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최소 3일은 1시간씩 트레드 밀을 달렸다. 운동을 하고나면 상쾌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 좋았지만, 평일에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가는 것은 실상 고역이었다. 또한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그만큼 시간을 뺏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며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처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기간 동안에는 염증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한 6개월 가량 염증을 잊고 살았다. 정말 운동 때문이었을까? 사실 "설마 운동을 했다고 만성염증이 사라지겠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냥 기분 탓이거나 우연의 일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운동을 다시 한동안 못하게 되자, 거짓말처럼 전과 동일한 염증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요즘은 염증 치료를 위해 다시 병원을 다닌지 2주 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운동 때문에 염증이 안났던 것은 아닐까?"

 

그러던 와중에 켈리 맥고나걸 박사의 <움직임의 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켈리 맥고나걸 박사는 건강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강사다. 이 책은 '움직임', 다시말해 달리기를 비롯한 다양한 운동 및 신체적 활동이 생리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어떤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운동을 해서 염증이 완화된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운동을 하면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때, 골격근 또한 부신이나 뇌하수체와 같은 내분비 기관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켈리 맥고나걸 박사에 따르면 운동을 할 때, 마이오카인이라는 단백질이 근육을 통해 분비된다고 한다.

 

이리신은 "운동호르몬"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왔고, 마이오카인(myokines)의 가장 좋은 예로 알려져 있다. 마이오카인은 근육에서 생성되어 신체 활동 중에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이다. (마이오 Myo는 '근육을', 카인 kine은 '움직이기 시작하다'는 뜻이다.) 인간 생물학 분야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결과, 최근에 과학자들은 골격근이 내분비 기관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근육은 부신이나 뇌하수체처럼 신체의 모든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그런 단백질 중 하나가 이리신이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256 -

 

이러한 마이오카인 중 흔히 "운동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이리신은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분비된다. 이리신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여 신체가 지방을 연료로 태우도록 돕는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리신은 뇌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리신은 뇌의 보상체계를 자극하고, 천연 항우울 효과를 준다. 실제로 이리신 수치가 떨어지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지는 데 반해, 수치가 올라가면 의욕이 넘치고 학습 효과도 높아진다. 쉽게 말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트레드밀에서 한 차례 운동한 뒤에도 혈액 내 이리신 수치는 35퍼센트까지 상승한다고 하니,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운동 중독자들의 말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야기인 셈이다.

 

이리신 외에도 마이오카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각각의 효능을 하나씩 살펴보면 모두 건강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마디로 운동이 보약인 셈이다.

 

  • 뇌세포의 건강을 보호하고 새로운 뉴런을 생성하도록 돕는다.
  • 도파민 뉴런을 보호한다. (도파민 뉴런이 파괴되면 우울증과 파킨슨 병 등 다양한 장애가 발생한다.)
  • 뇌의 염증을 줄여줘서 신경학적 장애를 예방한다.
  • 우울증과 불안증상을 감소시킨다.
  •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독성 화학 물질을 분해하고 혈류에서 무해한 물질로 바꿔 뇌에 이르게 한다.
2018년에 발표된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자전거를 한 시간 타는 동안 대퇴부의 사두근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이 서른다섯 가지나 된다. 이러한 마이오카인 중 일부는 근육이 점점 더 강해지도록 돕고, 일부는 혈당을 조절하거나 염증을 가라앉히거나 심지어 암세포도 죽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운동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미친다. 그러한 효과 중 상당 부분이 근육 수축 중에 분비되는 유익한 마이오카인 덕분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257 -

 

 

 

특히, 본 글의 서두에서도 말했듯 만성염증으로 고생했던 나는 "운동을 통해 분비되는 다양한 마이오카인 중 일부가 염증을 완화시키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 독성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라는 내용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운동이 나의 지독한 고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찾은 것이다. 앞서 말했듯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의 추정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명백한 연구결과를 접하고 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운동은 무조건 해야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나는 의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인간의 생리적 신체반응과 질병의 메커니즘은 굉장히 복잡한 유기적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운동이 나의 만성염증 증상 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의사선생님들이 말씀하셨듯, "만성염증의 주된 원인이 스트레스라면, 운동이 증상 완화와 예방에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한들 운동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바엔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조이고 동네라도 한 바퀴 돌고 오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백 번 이로울 것임은 확실하다.

 

희망은 바로 근육에서 시작될 수 있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200개 넘는 마이오카인 분비 근육이 수축된다.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 근육의 회복력의 신경화학 작용을 자극하는 단백질을 뇌로도 보낸다. 다행히 이러한 화학물질을 혈류로 주입하기 위해 울트라 마라토너처럼 북극을 횡단할 필요는 없다 .근육 수축과 관련된 움직임, 즉 모든 움직임임 유익한 마이오카인을 분비하니 말이다.

-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p258 -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