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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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시장은 그동안 오직 여성들에 의한, 여성들만을 위한,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지나 귀걸이, 팔찌, 목걸이를 착용한 남성들을 거리에서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많은 남성들이 다양한 주얼리 악세사리를 착용한다. 대표적으로 재작년부터는 체인 브래슬릿이 남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추측컨대 이는 대표적으로 '쇼 미더 머니'를 선두로 한 각종 매체에서 힙합 문화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비주류 문화로 감춰져 있던 많은 남성 힙합 뮤지션들이 개성있는 체인 브래슬릿이나 목걸이 등의 주얼리를 Flex 하는 오브제가 널리 노출되었던 것. 이러한 트렌드가 남성 주얼리 수요를 크게 늘린데 한 몫 한 것으로 추측된다.

 

 

 

어찌됐건 주얼리 시장은 더이상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처럼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여성 중심 주얼리 시장 점유율 경쟁에 지친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주요 소비자로 급부상하는 남성 고객들을 타겟팅한 아이템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테가나 까르띠에에서는 시즌마다 남성용 브래슬릿을 꾸준히 내놓고 있으며, 눈에 띄는 화려한 디자인의 크롬하트의 악세사리도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들은 비싸고, 부담스러울 만큼 화려하다. 그래서 일반 남성들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고, 그럴수록 카테고리 자체의 시장 확장성은 제한된다.

 

 

https://www.yesonfashion.com/2017/05/07/le-gramme/

 

 

하지만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남성용 주얼리 시장에서 슬슬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특이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르 그람 (Le gramme)'이다. 에드완 르루에와 아드리앵 메시에가 합작하여 창립한 르 그람 (Le gramme)은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철저히 남성 고객들을 위한 브랜드로 마케팅한다. 명품 브랜드가 주도하던 기존 시장 내에서 이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심플한 디자인을 승부수로 둔다. 남성들에게 가격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부담감을 낮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고있는 것이다.

 

 

 

https://www.dmarge.com/best-jewellery-brands-men

 

 

그래서일까? 이들은 고집스럽게도 '심플함'과 '보편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철학은 제품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들면 르 그람 (Le gramme)의 1등 효자 제품의 네이밍은 '브래슬릿 11그램, 매끈한 폴리싱, 실버 925'이다. 정말 특이하지 않은가? 르 그람이 내놓는 모든 제품의 네이밍 방식은 중량, 공정방법, 원료소재를 나열한 것이 전부다. 제품 이름에 어색한 비유나 수식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러한 네이밍은 기존의 경쟁사들의 마케팅 방식을 전면으로 부정하면서 시장과 거꾸로 가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다. 단지 순수하게 브랜드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르 그람 (Le gramme)이 표방하는 급진적 간결함이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입니다. '완벽함이란 더는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는 뺄 것이 없는 상태다'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만 남을 때까지 무한히 단순화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독창적인 동시에 실용적인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모든 미니멀리즘 뒤에는 타협 없는 창의적 숙고가 있습니다." (에르완 르 루에, 르 그람 창립자) - 매거진 <B>, ISSUE NO.78, 2019년 7/8월호, p91 -

 

 

https://www.mrporter.com/en-se/mens/designer/le-gramme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디자인에도 잘 녹아들어있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매끈한 원형 그대로의 모듈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화려한 것을 지양한다. 르 그람의 디자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면 "Less is more"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디자인은 최대한 심플하게 오로지 카테고리 자체의 본질적인 목적 자체에 집중한다. 화려한 각인이나, 중첩 꼬임 형태, 혹은 빛나는 보석을 덕지덕지 부착하지 않는다. 과감히 생략해버리고 오로지 형태만 남겨놓는다. 말 그대로 심플함 그 자체다. 그래서 르 그람의 제품들은 모든 남성들의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기에 적합하다. 악세사리는 그 자체만으로 아이덴티티가 부여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아이템들과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서 같은 제품도 다른 분위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얼리는 심플할수록 역설적으로 섬세해진다.

 

"각각의 주얼리는 그 자체로도 완전하지만, 착용자의 취향에 따라 조합했을 떄 더 빛을 발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디자인 덕에 '모듈'처럼 무한히 조합할 수 있다는 것도 르 그람 주얼리의 숨은 매력입니다." - 매거진 <B>, ISSUE NO.78, 2019년 7/8월호, p91 -

 

 

https://viacomit.net/en/2016/06/30/gramme-vient-lancer-nouveau-e-shop/

 

르 그람 (Le gramme)의 브랜딩과 디자인, 마케팅 방식은 복잡한 소음과도 같은 세상에서 심플함이라는 안도감을 선사한다. 새로운 브랜드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시장에서 어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지, 브랜드의 철학을 어떤 방식으로 고수해나갈지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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