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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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 세상에 없는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전기차를 세상에 내어 놓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이 프로젝트에 약 3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500 여명의 신규 직원을 고용한 기업이 있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은 어디인가?

대부분 '테슬라'나 'BMW', '벤츠', '볼보', '현대차'라고 답할 것이다.

 

https://gearpatrol.com/2020/04/01/guide-to-dyson-vacuums/

 

하지만 틀렸다. 이 기업은 바로 '다이슨'이다.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다이슨'이 맞다.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만들던 기업이 갑자기 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시장은 비웃었다.

 

"고작 가전제품이나 만들던 회사가 전기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다이슨은 전기 자동차 개발에 성공했다. 비록 프로토 타입이지만 N256이라는 코드네임의 하이 퍼포먼스 전기차 개발을 완수한 것이다. N256은 1회 충전으로 965km를 달릴 수 있으며, 제로백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엔진을 출력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4.8초에 이른다. (참고로 테슬라의 모델X는 1회 충전으로 505km를 달릴 수 있으며, 제로백이 7초다) 그렇다고 성능만 좋은 것이 아니다. 디자인 또한 섹시하다. 레인지로버를 연상케하는 세련된 디자인은 마치 SF 영화에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다.

 

https://www.carsguide.com.au/car-news/new-dyson-electric-car-detailed-tesla-rival-that-didnt-suck-had-1000km-driving-range-and

 

그래서 시장에 언제 출시되느냐고? 음, 안타깝게도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이없게도 이 차를 한 대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2억 2천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판매가도 아니고 대당 생산비용이 2억 2천만원이나 든다고 하니 채산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2019년 10월 10일, 전 직원들에게 "다이슨은 환상적인 전기차를 만들었지만, 상업성이 없어서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는 메일을 보냈다.

 

https://www.stuff.co.nz/motoring/121555283/what-could-have-been-dysons-electric-car

 

일각에서는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며 다이슨을 비즈니스를 모르는 망상가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다이슨의 실패가 언젠가 또 다른 혁신적 성공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많은 혁신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단 해보자는 Just Do It 정신에서 비롯된 다양한 시도들과 끝까지 가보고자 전력투구한 노력들은 반드시 그들만의 히든 애셋이 된다. 그리고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져들은 그렇게 누적된 히든 애셋들을 활용하여 시장 패러다임 자체를 발칵 뒤집어 놓고야 만다.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다이슨이 성공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https://sirennet.tv/2020/03/26/james-dyson-designed-a-new-ventilator-in-10-days-hes-making-15000-for-the-pandemic-fight/

 

"저는 늘 실패합니다. 여지껏 제 인생의 99%는 실패로 가득차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바로 다이슨이 성공한 이유입니다. 그 외의 방법이요? 저는 그런 것은 모릅니다."

 

제임스 다이슨의 행보를 보면 그는 정말 실패를 '실패가 아닌 실험'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실제로 지금의 다이슨을 성공반열에 올려놓은 효자상품 진공 청소기는 그가 5126번 실패하고 5127번째로 만든 시제품에서 마침내 성공하여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7전 8기가 아닌 5126전 5127기인 것이다.

 

그런 다이슨이 자체 개발한 전기 자동차 상용화에 실패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이슨은 또 다른 히든 애셋을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제임스 다이슨은 전기차 프로젝트가 실패한 프로젝트는 아니라고 개발팀에게 자신있게 말했다고 한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에는 약 8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개발비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기차 개발을 위해 영입한 우수한 엔지니어들은 개발 과정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퍼포먼스가 높은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에 전격 투입되고 있다. 전기차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다이슨만의 새로운 '히든 애셋'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굴절적응'이라는 혁신의 조건에 해당되는 좋은 사례다.

 

 

'굴절적응'이란 진화생물학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하나의 유기체가 특정 용도에 적합한 한 가지 특성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나고 환경에 적응하며 기존에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1971년 스티븐 제어 굴드와 엘리자베스 브르바는 <굴절적응> 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굴절적응이란 하나의 유기체가 특정 용도에 적합한 한 가지 특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 그 특성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고전적인 사례로 처음에는 추운 날씨를 보호하던 기능에서 하늘을 나는 용도로 이용된 '새의 깃털'을 들 수 있다.

- <일취월장>, 고영성, 신영준, p250 -

 

이는 비단 생물학의 영역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비즈니스 사례에서도 굴절적응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진 다양한 케이스를 발견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포도 압착틀을 활용했고, 현미경은 망원경의 기능을 뒤집은 것이다. 헨리 포드는 유류가공공장에서 도살한 소를 옮기는 메커니즘을 보고 자동차 조립 라인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며, 아동용 장난감 점토 플레이도는 원래 벽지 청소 도구였다. 1933년에 개발된 플레이도는 20년 후에 쓸모없는 물건이 되었다가 장난감으로 변모하면서 매출 300만 달러짜리 혁신 제품이 되었다.

- <일취월장>, 고영성, 신영준, p251 -

 

앞서 설명한 다이슨의 사례 또한 마찬가지다.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어 철회한 전기차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고효율 배터리 제조 기술의 씨앗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이 프로젝트 역시 완전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경영철학과 조직문화를 통해 다이슨은 실패를 굴절적응 시켜서 또 다른 히든 애셋을 쌓을 수 있었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니 아직은 다이슨이 실패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를 수밖에. 아니,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실패를 굴절적응 시켜서 히든애셋으로 승화시킨 구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글은 2009년 9월에 '웨이브'라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런칭했다.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테크에 민감한 나조차도 이 플랫폼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일취월장>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 말그대로 구글 입장에서는 폭망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렇게 '웨이브'는 1년도 안되어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고야 만다.

 

 

https://www.engadget.com/2009-10-27-google-wave-to-have-its-own-app-store.html

 

그렇다면 이 서비스를 기획한 개발자팀은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구글을 그들을 처벌하는 대신 되려 칭찬과 보상을 했다. 비록 '웨이브'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짜놓은 수많은 코딩들과 아이디어들은 조직의 히든애셋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이 이후 성공적으로 런칭한 다양한 플랫폼에는 '웨이브'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 테크들과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실패를 통한 히든애셋이 굴절적응되어 또 다른 혁신을 잉태한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포상하라.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는 처벌하라. - 로버트 서튼 -

 

웨이브가 실패하고 한 두해 후에, 구글 기술 팀장인 제프 휴버는 기술자들과 다음과 같이 회의를 했다. "제가 코드 한 줄을 완전히 망가뜨렸습니다. 그 바람에 1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프는 팀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의 이 실패에서 100만 달러보다 더 값비싼 교훈을 얻었어.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자, 그럼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일들 하자고."

- <일취월장>, 고영성, 신영준, p248 -

 

다이슨과 구글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 것

둘째, 오히려 그 과정에서 히든애셋을 축적시킬 것

셋째, 그리고 그 히든애셋을 굴절적응 시켜서 또 다른 성공과 혁신을 창조해낼 것

 

실패를 딛고 일어나 더 큰 성공을 원한다면 조직적인 차원에서건, 개인적인 차원에서건 이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문화라면 누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시도하겠는가? 실패가 용인되고 더 나아가 똑똑한 실패에 대해 보상을 해줄 때 조직원들은 더 많은 실패를 할 것이며, 그 많은 실패는 결국 혁신을 불러올 확률을 높일 것이다. 

- <일취월장>, 고영성, 신영준, p247 -

 

(로크미디어) 일취월장 : 일을 잘하기 위한 8가지 원리
저자 :
출판 : 로크미디어 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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