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일,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Wall Mart가 트리베카 엔터프라이시즈와 협력하여 미국 내 160개의 오프라인 매장 야외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야외 주차장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여 자동차 극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월마트는 대체 왜 뜬금없이 이런 엉뚱한 의사결정을 내렸을까?
코로나 19 사태가 발발한 이후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고난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감염우려에 따른 외부활동 자제 분위기와 온라인 쇼핑의 시스템과 환경이 너무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 공룡 월마트 역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손해를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장사가 잘 되든 안되든 항시적인 고정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먼저 만약 해당 부지가 자가 건물이 아닌 경우 막대한 임대료를 지출해야 한다. 또한, 객수가 많든 적든 냉난방, 조명 등의 전기세도 항시적으로 지출되야만 매장이 운영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의 임금 역시 고정비용에 해당된다. 객수가 많고 장사가 잘 되는 시기라면 이러한 비용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이윤이 나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비용을 최소화 하지 않으면 적자가 나기 마련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접근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새로운 혁신의 방식으로 고객들이 제 발로 매장에 찾아 오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유동인구를 매장이라는 포인트에 밀집시키고 장시간 붙잡아 둘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된다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오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월마트는 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매장 중 160 여개의 야외 주차장 부지를 드라이브 인 극장으로 바꿔 8월 부터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다. 코로나 19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부합하면서도, 이 때문에 영화관을 찾지 못해 아쉬워하는 잠재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월마트가 유통업체로서 본인들의 신규 매출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극장에 방문하는 관객들이 팝콘, 피자, 치킨, 콜라, 맥주 등의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즐길 수 있도록 사전에 온라인 결제 후 주차장 입장 시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월마트의 혁신사례는 '굴절적응'이라는 용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굴절적응이란 생물학적으로 진화의 과정에서 한 생명체의 특정 부위가 본래의 기능과 다른, 새로운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또 다른 표준적 진화코드가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새의 깃털은 원래 추운 날씨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으로 발현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을 나는 용도로 뒤바뀐 것이 굴절적응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1971년 스티븐 제어 굴드와 엘리자베스 브르바는 <굴절적응>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굴절적응이란 하나의 유기체가 특정 용도에 적합한 한 가지 특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 그 특성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p250 -
신영준 박사, 고영성 작가의 책, <일취월장>에서는 혁신은 결핍과 한계상황 속에서 꽃 피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월마트의 사례 역시 앞서 말했듯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온라인 매출 감소라는 한계상황 속에서 일궈진 혁신사례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월마트의 주차장 역시 코로나라는 한계상황이 없었을 때는 말 그대로 주차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결핍과 한계상황이 도래하자, 혁신적인 사고전환을 통해 드라이브인 극장으로 주차장의 기능을 굴절적응 시킨 멋진 사례인 것이다.
혁신이라는 소리는 풍요로운 환경보다 결핍과 한계상황에서 울리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는 가는 길이 막혔을 때 그냥 주저앉지 않는다. 막혀있지 않았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새로움 속에 혁신이 생긴다.
-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p257 -
물론 월마트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매출을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문제지만, 월마트의 새로운 시도 자체는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시키기에 충분한 사례였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는 결핍과 한계상황을 이용해 혁신의 길을 일궈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결핍과 한계상황은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짜증스런 상황이나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찾게 해주는 동기를 부여한다.
- <일취월장>, 신영준, 고영성, p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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