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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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많은 부분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인류 역사 상 인터넷과 각종 IT 기기들의 도입만큼 빠르고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은 없었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는 진원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 산호세, 북쪽으로 레드우드 시티에 이르는 이 지역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혁신기업들과 스탠포드 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을 '실리콘 밸리'라고 칭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Silicon_Valley_(TV_series)

 

 

글로벌 혁신의 중심에 있는 실리콘밸리는 그만큼 거대 자금이 벌떼처럼 몰리는 지역이다. 미국 연봉 정보 업체 'Hired'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업의 근로자 평균 연봉은 1억 5천에서 2억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우주에 사는 외계인 처럼 보이는 실리콘밸리 초고액 연봉 능력자들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자녀 교육'이다.

 

이와 관련하여 외신 '뉴욕타임즈'에서 최근 실리콘밸리의 유수한 혁신기업 직원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를 조사했다. 그 결과, '월도프 스쿨 (Waldorf School of the peninsula)'에 다니는 자녀들이 가장 많은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월도프 학교의 수업료는 얼마일까? 자, 놀라지
마시라. 월도프 학교에서 가장 저렴한 유치원 과정만 해도 등록금이 약 3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말도 안되게 높은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직원들은 자녀들을 월도프에 기꺼이 보낸다.

비단 그들의 소득이 높아서만은 아니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능력있는 직원들은 고액연봉자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실리콘밸리의 부동산과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 그들이 벌어들이는 실질소득은 대단히 높은 수준도 아니다.

어찌됐건 아무리 고액연봉이라 하더라도 월도프의 수업료는 선뜻 지불하기 어려운 금액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실리콘밸리의 직원들은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자녀들을 월도프에 보내는 것일까?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월도프 스쿨'의 교육 커리큘럼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학교답게 최첨단 Smart 기기를 교자재로 활용하거나, 어린 나이부터 컴퓨터 언어나 코딩,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을 조기교육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http://www.greenmeadowwaldorfschool.com/

 

 

하지만 실상은 이와 정반대다. 월도프 스쿨에서는 수업과정에서 IT나 컴퓨터 기술을 과감하게 완전 배제한다. 수업과정에서는 스마트폰, PC를 비롯한 모든 디지털 기기를 절대 사용하지 못한다. 오로지 아날로그 방식의 종이책, 펜과 볼펜, 자연 속의 풀과 나무, 물을 활용하여 참여형 수업 커리큘럼을 구상한다. 월도프 스쿨의 관계자들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최고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육방법론이 디지털 디톡스에 있다고 확신한다.

 

 

 

 

같은 맥락에서 책,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들이 학습능력과 소통능력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인지과학적 근거를 통해 고발한다.

 
1. 멀티태스킹의 전환비용

먼저,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기의 사용 행태를 살펴보면 '멀티태스킹'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당신이 스마트폰을 통해 무엇을 하는지 복기해보라.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다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피고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수락한 다음 다시 카카오톡을 하다가 인터넷 창을 키고.... 이런 식으로 짧은 시간동안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뇌과학자들은 이와같이 멀티태스킹을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환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터넷 항해는 특히 정신적으로 집중하는 형태의 멀티태스킹을 요구한다. 우리의 작업 기억을 정보로 넘쳐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이 곡예는 뇌과학자들이 우리의 인지력에 '전환비용'이라고 부르는 것을 부과한다. 우리가 관심을 전환할 때마다 뇌는 스스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고, 우리의 정신세계에 더 많은 고통을 가한다. 매기 잭슨이 멀티태스킹에 관한 책 '집중력의 탄생'에서 설명했듯이 "뇌가 목표를 바꾸고 새로운 업무를 위해 필요한 규칙을 기억하고, 이미 지나갔지만 여전히 생생한 활동에서 오는 인지적인 훼방을 막아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p198 -

 

 

 

 2. 멀티태스킹이 초래하는 창의성 저하

인터넷,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을 우리의 사고회로를 멀티태스킹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배열 하는 과정에서 창의성, 독창성을 저해시킨다는 사실이 뇌과학 분야에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생산성 도구로 사용되는 태블릿, PC와 정보의 바다로 우리를 인도한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기술이 어떤 측면에서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국립신경질환 뇌졸중 연구소 소장인 조던 그래프먼은 온라인 상에서 끊임없이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우리 뇌를 멀테태스킹에 맞도록 더욱 민첩하게 만들지만 멀티태스킹을 가능케 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깊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사시상 저해하고 있다고 한다. "멀티태스킹을 위해 최적화 하는 것이 더 나은 기능, 즉 창의성, 독창성, 생산성을 가져올까? 대답은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앟다는 것이다."라고 그래프먼은 말한다. 멀테태스킹을 더 많이 할 수록 덜 신중해지고, 문제에 대해 덜 생각하고, 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독창적인 사고로 도전하기보다는 관습적인 생각과 해결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p209 -

 

 

 

 3. 뇌의 가소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태가 지속 반복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의 구조가 신경과학적으로, 해부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뇌과학에서는 '뇌의 가소성'이라는 개념으로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면 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냅스 간 연결구조가 바뀐다고 설명한다. 다시말해,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멀티태스킹을 지속하다보면 우리의 뇌구조가 그런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앞선 논의와 연결지어 생각할 때, 인터넷과 디지털기기를 지속 사용할수록 우리의 뇌는 독창성, 창의성, 생산성과 멀어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단순 비유가 아니다. 신경과학적으로, 물리적으로 뇌세포간 연결 구조 자체가 바뀐다는 말이다.

 

우리 뇌의 가소성을 고려해볼 때 온라인 상에서의 우리의 습관은 오프라인에서도 우리 시냅스의 작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훑어보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 사용되는 신경 회로는 확장되고 강해지는 반면 깊고 지속적인 집중력을 가지고 읽고 사고하는 데 사용되는 부분은 약화되거나 또는 사라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p210 -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누구보다 똑똑한 부모인 실리콘밸리의 고액 연봉자들이 월도프 스쿨에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혈안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우리의 자녀들, 그리고 우리 자신은 현재 디지털의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물론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이 불러온 엄청난 기술혁신과 경제적 발전, 일상의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높여 삶의 질을 상승시켰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접근할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시간, 특히 깊은 성찰을 통해 사용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 레비 -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은가? 혹은 스마트한 학습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적어도 공부하는 시간 만큼은 모니터를 끄고,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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