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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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국가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1896년 올림픽 육상 경기 종목으로 채택된 마라톤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는가?

 

마라톤은 과거 그리스 아테네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약 30~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는 지역이다. 기원전 490년 이 마라톤이라는 지역에서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 대규모 전투가 있었다. 이 치열한 전투에서 어렵게 승리한 아테네의 전령 페이디피데스는 곧장 달려가 승전보를 전달한다. 두 발로 뛰어서 말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attle_of_Marathon

 

물론 이 유래는 설화일 뿐이다. 실제 기록된 역사에 따르면, 승전보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페르시아 군의 침공 소식을 듣고 스파르타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페이디피데스를 파견한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이 때 페이디피데스가 이틀 만에 달린 거리는 200km.

 

어쨌든 당시에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는 메시지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느냐는 실제로 굉장히 중요했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문화, 충돌, 연계의 빅 히스토리를 다루는 책,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의 저자 타밈 안사리는 같은 맥락에서 한 국가의 통치 범위를 결정하는 척도가 메시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권력의 유지와 국가의 통치범위 확장의 핵심 요소는 '메시지 전달'에 있다는 뜻이다.

 

국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기제가 필요했다. 출발 단계부터, 국가의 응집력은 메시지 전달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물질적 기제에 좌우되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메시지 전달이란 사람들이 본인의 생각과 소망과 의도를 남들에게 알리려고 수행하는 모든 일을 의미한다.

-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타밈 안사리, p107 -

 

실제로 중앙집권 국가에서 권력자가 국가를 운영하려면, 수많은 노동력과 군사력을 손과 발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령의 하달과 수행의 중간에 있는 메시지의 전달 과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체의 큰 계획을 이루고자 애쓰는 수천 명과 소통하는 중앙의 결정권자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거대한 규모를 고려할 때, 단순히 한 사람 한 사람을 거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었다. 한 사람이 '여러'사람에게 말해야 했고, 그 '여러'사람도 각자 '여러'사람에게 말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하나의 중심 출처에서 나온 명령이 수천 명의 노동력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타밈 안사리, p107

 

 

저자 타밈 안사리는 그의 책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정치국가의 영향력과 규모는 소속 구성원들이 메시지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가에 달렸었다. 
-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타밈 안사리, p107 -

 

특히 메시지의 전달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메시지 전달의 신속성정확성이다.

 

(1) 신속성

 

먼저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발신자에게서 발송된 메시지가 수신자에게 달하는 시간 사이에 상황이나 배경이 변해버리면 대응이 늦어지거나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사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메시지가 전달되는 속도는 한 국가의 통치 가능 범위를 결정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시지가 전달되는 속도는 하나의 권력이 통치할 수 있는 영역의 크기를 결정했다.

-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타밈 안사리, p108 -

 

과거 메시지 전달 기술 체계가 전무했던 시대에는 인간이 도보로 걸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따라서 한 중앙집권 통치자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는 인간이 특정 기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와 동일했다. 

 

 

그러다 인간이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말을 이동수단으로 다루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류 정치사에서 권력자의 통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였다. 말은 1시간에 평균 13km를 이동할 수 있고 하루에 평균 8시간을 움직인다. 보다 넓은 범위를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를 닦고, 교량을 설치하는 등 기술적 기반 발전이 이루어지며 정치국가의 잠재적 통제 가능 범위는 크게 확장되었다. 말을 타고 잘 닦여진 도로를 빠르게 내달릴 수 있는 국가와 오로지 인간의 두 발에만 의지하여 산과 숲을 헤집으며 산짐승을 피해 달려야 하는 국가의 통치규모와 정치적 대응 속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제국 규모의 확장은 메시지 전달 속도의 향상과 관계있었고, 메시지 전달 속도의 향상은 기술과 기반 시설의 발전을 반영했다. 

-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타밈 안사리, p110 -

 

(2) 정확성

 

메시지의 전달 속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확성이 그것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애초에 '발신자가 의도했던 메시지가 수신자에게 온전히 전달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실 메시지 유통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메시지가 구전되다 보면 발신자의 의도와 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발신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암기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인 경우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고 복잡해지면 문제는 불거진다. 중간 전달자가 음성언어로만 발신자의 메시지를 청취하고 이해하면, 수신자는 의도치 않게 내용을 편집을 하거나 누락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게 된다. 발신자가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수신자가 이를 보고 해석할 수 있다면 전달자는 말그대로 전달만 하면 된다. 메시지 의미 전달의 정확성과 일관성이 한층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문자의 발명은 통치자가 백성들을 문서를 통해 다스릴 수 있게 해주었다. 각 문명권에서는 상황에 맞게 그림과 유사한 상형문자, 문자가 소리를 담아내는 표음문자와 의미를 담아내는 표의문자를 개발하여 활용하게 된다.

 

[역사 교양서,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인류사를 다루는 타밈 안사리의 책,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는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를 빅히스토리 답게 다방면에서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단순히 역사적 사건들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엮어서 서술하는 책이 아니다. 인류사 전체를 바라보는 저자의 역사관과 철학을 큰 줄기로 서두에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세부사항들을 곁가지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의 역사적 교양 수준을 높여주는 한편, 넓고 깊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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