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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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빅히스토리(Big History)의 의미

 

 

'빅히스토리 (Big History)'는 기존의 역사학에서 다루었던 시간과 대상의 범위를 외적으로 확장시켜서 접근하는 역사 연구 방법론을 뜻한다.

 

광의의 의미에서 빅히스토리는 인류 역사 이전의 시간적 배경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니까 우주가 탄생하게 된 빅뱅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우주, 지구, 생명, 인간 등의 각 대상 간의 맥락을 찾아나가는 방법론을 지칭한다.

 

협의의 의미에서 빅히스토리는 역사 연구의 대상이 인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의 대상까지 확장되는 세계관을 뜻하기도 한다.

 

2. 빅히스토리(Big History) 분야의 진입장벽

 

그렇다 보니 빅히스토리는 연구자 관점에서 접근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단순 정치, 경제, 역사 등의 인문학적 부문뿐만 아니라 천체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등의 자연과학 부문까지도 통섭적으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책을 집필하는 작가나 연구진이 학제 간 연구의 대가가 아니면 감히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빅 히스토리다.

 

 

뿐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도 빅히스토리는 마찬가지로 접근이 쉽지 않다. 먼저 분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어서 대부분이 벽돌책에 가깝다. 또한, 다양한 학문 분야들에서 파생된 내용들을 교차 및 연결해 나가면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인 점도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높게 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 티모시 C. 와인 가드의 <모기> 등의 빅 히스토리 저서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커다란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작지 않은 관심을 받아낸 명저들이다.

 

3. 빅히스토리 대작 신간,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이와 관련하여 최근 오랜만에 기대되는 빅히스토리 역사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바로 타밈 안사리의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문명 간 충돌, 연계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로 정리해나간다. 빅히스토리 대작답게 이 책은 도입부에서부터 영장류에서 현생 인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우주, 지구, 생명, 인류사 전체를 아우르며 주제에 맞게 점차 좁혀 들어간다.

 

 

저자는 책에서 인류 역사가 각 집단 간 상호연계성과 차별성의 줄다리기를 통해 움직여져 왔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각 집단이 상호 간 끊임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됨과 동시에 서로를 배제시키는 일련의 환경과 관련 사건들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그렇게 각자의 문화가 서로 충돌하고, 통합되고, 사라지고, 새롭게 생성되면서 역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전체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은 저자의 '삼중 변증법'이라는 역사관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변증법이란 서로 모순과 마찰을 야기하는 두 가지의 상반된 요소가 서로 충돌, 통합을 반복하며 형태와 질이 점차 변화된다는 정반합의 과정을 의미한다. 타밈 안사리의 '삼중 변증법' 역사관은 그러한 세부요소를 '환경', '도구', '언어' 이렇게 3가지로 구분하는 관점이다. 쉽게 말해,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배경은 '환경', '도구', '언어'에 있다는 관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개별 민족, 문화권 단위에서의 역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를 다룬다는 점이 리마커블하다. 특히 '연결', '연관성'이라는 측면을 꼼꼼히 따지고 들면서 인류 역사 전체를 조망한다는 점은 다른 역사책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는 이 책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재밌으면서도, 명저라고 판단되는 이유는 먼저 역사를 대하는 저자의 관점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역사관은 각각의 개별 사건들을 명확한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둔다. 따라서 특정 사건의 필연적 요소를 찾는 것에 집중한다. A였기 때문에 B가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고 설명하는 방식이 일반 교과의 역사적 내러티브의 표준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이야기 짓기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편향과 왜곡된 역사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반면, 타밈 안사리는 '삼중 변증법'이라는 굵직한 메인 프레임을 가지고 인류 역사 전체를 조망하되, 각각의 사건 간 인과관계를 서사할 때 필연보다 우연적 요소들에 집중하여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사실상 타밈 안사리의 서술과정에 따르면, 역사는 우연히 발생한 어떤 사건이 또 다른 사건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건이 창발 되는 복잡계에 가깝다. 각각이 밀접한 네트워크 구조 하에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사건이 다른 사건에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역사의 흐름이 생각보다 필연이 아닌 우연에 의해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저자의 역사관은 복잡계적 세계관을 역사의 흐름에서 상세히 설명하기에 적합한 방법론이다. 따라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는 기존의 역사관과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과 철학을 길러준다.

 

책의 내용 중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이 책에서는 약 5500만년 전, 지구에서 대륙에 버금갈 정도의 큰 섬 하나가 유라시아 대륙에 부딪힌 우연한 사건을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한다. 대체 왜일까?

 

 

먼저 충돌 과정에서 생성된 히말라야 산맥은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아프리카 대륙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만들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기후 환경은 전과 달리 완전히 뒤바뀐다. 바뀐 기후 때문에 아프리카는 숲이 줄어들고 사바나가 늘어나는 환경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처럼 변화한 환경 때문에 영장류들은 나무 위에서 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살아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영장류들은 나뭇가지를 붙잡지 않은 채, 두 발로 걷는 능력을 터득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인류의 앞다리는 점차 양 팔로 바뀌는 선택적 진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비로소 인류는 자유로워진 두 손을 활용하여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생물학적 신체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결국 도구를 통해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진 인류는 이에 적합한 더 크고 더 영리한 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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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연한 사건 하나가 역사적 흐름의 방향성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는 인식은 정확히 복잡계적 사고와 합치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실제 세계가 이러한 맥락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란다. 필연이 아닌 우연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함과 동시에 환경, 도구, 언어라는 커다란 줄기 내에서 각각의 네트워크가 인류사에 어떤 변화를 야기했는지를 공부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사고를 한층 더 넓고 깊게 업그레이드시켜준다.

 

그런 점에서 타밈 안사리의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는 빅 히스토리 카테고리 내에서 가히 기대되는 역작이다. 아직 완독 하지는 않았지만, 서문에서부터 저자의 연구 관점이 굉장히 치밀하고 밀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중요한 내용들을 블로그에서 계속 다뤄나갈 예정이다.

 

# 참고: Amazon Books, Good Reads 평가내용 

 

일전의 포스팅에서도 다루었듯이, 좋은 책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준 지표로 Amazon books와 Good reads의 review를 검토하는 방법으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원제: The Invention of yesterday)를 검토해보았다.

 

2020/03/06 - [[독서법]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 "좋은 책 골라내는 방법" 한 큐에 정리한다 (Feat.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 Amazon Books

 

먼저 아마존 북스 리뷰의 평점은 전체 57개 표본을 기준으로 4.7점을 받았다. 상세한 베스트 리뷰는 아래와 같다.

 

"나는 방금 타밈 앤서리의 "The Invention of Yesterday"를 완독 했다. 나는 여태껏 역사책을 읽으며 "손에서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라고 표현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만한 칭찬을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책은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독자들을 인류 초기 역사로 데려다주는 명저이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이 상상 이상으로 상호 간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책은 역사,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및 정치 문화, 지리, 그리고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저자의 이론을 지지하는 근거를 내세운다. 만약 당신이 역사물 애호가라면 이 책은 곳곳에서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반전을 제공해주는 훌륭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라 하더라도, 이 책은 어떻게 인류가 오늘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좋은 책이 될 것이다."

 

(2) Good Reads

 

 

Good Reads에서는 총 197개의 표본을 기준으로 4.28 평점을 받았다. (Good Reads 커뮤니티 특성상 굉장히 높은 수치임) 관련 상세한 베스트 리뷰는 아래와 같다.

 

 

"내가 논픽션 책을 묘사하기 위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라는 단어를 사용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책 <The Invention of Yesterday>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 단어를 충분히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책은 저자의 문장력이 굉장히 좋다. 타밈 안사리는 5만 년의 인류 역사를 서사함으로써 우리가 과거를 여행하게 유도한다. 그는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현재와 같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고, 한 문화가 다른 문화로 연결되며 미치게 되는 영향력을 밝힌다. 이처럼 그의 접근법은 굉장히 독특하며 매혹적이다.

앤서리가 저술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다루고 있음에도, 독자인 나는 그 모든 것에 압도감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 책에서 활용되는 각종 근거자료들은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완벽하게 흘러갈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저술되어 있다.

분명히 이 책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짙은 호소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책은 인류, 상호 연결성, 서로 다른 문화가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차별성, 인류의 기원과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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