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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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전, 미국의 유명 래퍼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게시물을 업로드하여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칸예 웨스트는 그의 음악적인 커리어에서 뿐만 아니라 루이비통, 아디다스 등의 패션업체들과도 콜라보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는 등 흑인음악 및 패션 예술계에서 커다란 획을 그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 달리 칸예 웨스트는 SNS 상에서 비상식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업로드하거나, 소위 말해 어그로를 끄는 트윗을 하는 등의 행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칸종 (칸예웨스트와 관종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https://nypost.com/2020/07/04/kanye-west-tweets-hes-running-for-president/

 

그런 그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시작한 이래로 몇 차례 씩이나 계정을 비활성화하거나 삭제하여 한동안 잠수를 타다가 계정을 다시 오픈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때마다 그의 지인들과 팬, 지인들은 이러한 말들로 SNS 계정을 삭제한 칸예의 입장을 대변했다.

 

"칸예는 SNS에서의 자신의 글들이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감을 스스로 알게 된 것 같아. 그래서 그는 자기 계정을 지운 거지."

"칸예가 트위터로 어그로를 끄는 것에 한번 빠지면 멈추기가 굉장히 힘들거든. 음 뭐 일종의 강박과도 같은 건데, 이게 SNS 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야. 그러면 칸예 스스로도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서 내려놓고 자중의 시간을 가지려고 계정을 탈퇴하는 거겠지."

 

 

우리는 칸예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그의 심리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칸예가 매번 인터넷 상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SNS 계정을 닫아버리는 행동은 SNS상에서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불안감,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에 근거한다는 점 만큼은 확실하다. 반면에 시간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SNS 계정을 활성화하여 화려하게 등장하는 그의 행동은 SNS를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허영심과 자아도취라는 감정에 근거하는 것 역시 확실하다.

 

 

<테크 심리학>에서는 SNS나 인터넷 처럼 우리의 삶을 둘러싼 여러 외부 요소들 중 하나인 테크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내면적인 감정 또한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200년의 기술발전사를 소개하며 허영심, 외로움, 지루함, 주의집중, 경외감, 분노라는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다룬다.

 

오늘날 우리는 PC, 태블릿, 스마트폰 기기 중 1개 이상은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닌다. 그리고 우리는 이 기기를 꺼내서 손가락을 몇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지인, 심지어 얼굴 한번 본 적없는 전세계 사람들의 사생활과 오피니언에 접속할 수 있다. 혹은 나의 일상 사진이나 시덥잖은 일상부터 정치적인 견해까지 단 몇 초 만에  빠르게 업로드하여 공유 및 전파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바로 SNS를 통해서 말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테크의 발전은 우리의 감정과 이에 기반한 행동 양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오늘날 사람들은 (내면의 상태든, 외모에 관한 것이든) 인터넷을 통해 만천하에 알린다. 자기 몰두가 보다 공적이고 눈에 보이는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90 -
인터넷은 가히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미화하며, 남들 앞에 알릴 수단을 제공한다. 그 과정 또한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90 -

 

쉽게 말해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과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는 문화적으로도 허영심과 자아도취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당연한 감정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너무도 쉽게 자신의 허영심과 자아도취를 맘껏 뽐내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들어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에 접속해보라. 아마 당신은 사진을 보정해주는 카메라 어플로 찍은 듯한 친구의 셀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은연중에 뽐낼 수 있는 멋진 고급 세단과 함께 찍은 누군가의 사진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혹은 헬스장이나 휘트니스 센터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은근슬쩍 노출하는 사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굳이 사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접속해보면 자신의 교양이나 지식수준을 자랑할 수 있는 글, 혹은 자신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정치적인 오피니언을 게재하는 모습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과 성공, 행복을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는 21세기에 이르러 더욱 강렬해졌다. 인기를 얻고 싶고, 사회운동가가 되고 싶고,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면, 나무랄 데 없이 세련된 사진을 올리고 홍보하며 드러내야 한다. 그로 인해 갖게 되는 불안감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게시물 뒤에는 진정하고 영속적인 가치, 즉 남들로부터의 확고한 인정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97 -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고려하고 신경써야 하는 사항들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기를 썼다. 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든 상관없이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인식될지를 걱정했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연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97 -

 

먼저 우리는 SNS에서 '대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

 

인터넷 덕분에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표현하기 훨씬 쉬워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남들 앞에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 고민한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92 -

 

 

쉽게 말해 "어느 정도까지 해야 상대방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나를 인정해고 칭찬해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SNS는 근본적으로 자랑인듯 아닌듯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허영심과 자아도취를 매력으로 포장하여 정확히 내뿜어야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SNS에 사진을 게시하고 한참 동안 맘졸이며 타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피거나, 몇 차례나 게시물 수정하기 버튼을 눌러 멘트와 해쉬태그를 바꿔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공적인 삶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에 매달리거나 자신의 행동이 극성스런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치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인정을 원하지만, 너무 많은 포스팅으로 그런 속마음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102 -

 

이처럼 SNS 상에서 허영심이나 자아도취를 드러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SNS 계정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우리 모두의 욕구가 필연적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게 SNS의 본질이다.

 

 

이처럼 SNS의 본질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망에 근거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이러한 심리를 교묘하게 간파하여 '좋아요', '공유' 버튼을 만들어 놓았고 이를 통해 우리를 그들의 서비스 안에 가둬 놓는데 성공했다. 사진이나 컨텐츠를 SNS에 업로드 하자 마자부터, '00가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00가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라는 식의 푸쉬 메시지와 통계수치가 나온다. 이러한 즉각적인 보상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인정받고 있음에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거나 자신의 의도와 달리 타인에게 무시를 받거나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도 빈번해진다. SNS가 열린 형태의 네트워크이며, 공유와 바이럴이 빠른 속도로 넓게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https://www.businessoffashion.com/community/people/kanye-west

 

특히 일반인이 아닌 공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마 칸예 웨스트는 SNS를 하면서 감정스펙트럼에서 양극단에 해당되는 황홀함과 두려움을 모두 느꼈을 것이다. SNS에 사진 하나만 올려도 수 천, 수 만개의 Like it과 Share가 찍히는 대스타인 그는 SNS상에서 자신이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수록 타인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달콤한 사실에 중독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 번의 실수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비난을 받고 추락하는 경험도 수차례 해왔던 그는 SNS에 대해 두려움도 느꼈을 것이다. 아마 이는 끊임없는 자기검열로 이어졌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서 굉장한 피로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피로도가 극에 달했을 때 아예 SNS 계정을 닫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다시 또 타인의 인정이라는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이를 갈망하여 SNS 계정을 오픈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공들여 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은 게시물의 내용과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미리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117 -

 

칸예의 바람직하지 못한 언행이 SNS에 게재되어 이슈가 될 때마다, 그는 SNS 계정을 닫았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다시 등장한다. 칸예 웨스트의 이러한 행동들은 SNS라는 새로운 환경이 Player들의 감정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로 인해 어떤 행동이 유발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대인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셀카 사진을 올리면서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고 스스로를 축하하지만, 마음속에 불안감이 있다. 그들은 허영심을 죄로 여기지도 않고, 자신만 생각해 신의 노여움을 살까 걱정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자아도취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은 특정 도덕보다는 타인의 인식을 형성하기 위한 것과 더 연관이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위반 행위에 대해 신이 아니라 사회의 제재를 두려워한다.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지만, 게시물의 대상인 공동체를 인식한다. 자신에 대한 공동체의 인식을 중요시하고 갈망하기 때문이다. - <테크심리학>, 루크페르난데스, 수전J. 맷, P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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