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자의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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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사무실, 혁신기업의 상징?]

 

파티션이 없고 정해진 좌석도 없는 개방형 사무실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네모난 개인 책상을 없애고 사무실 중앙에 커다란 원형 공용 테이블을 설치한다. 또한 사무실 귀퉁이에는 푹신한 쇼파도 마련해놓거나 사무실 내 카페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직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서로 소통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글로벌 혁신기업의 대표주자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사옥을 설계했던 건축회사 NBBJ의 로버트 맨킨은 "사옥 설계를 요청하는 실리콘 밸리의 혁신 기업들은 직원들 간 즉흥적인 만남과 교류의 장을 물리적으로 조성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열린 개방형 사무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왜 파티션을 허무는가?]

 

실제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 혁신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개방형 사무실을 운영해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축구장 7개 크기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는 개방형 사옥을 지었다. 당시 그는 개방형 사무공간을 통해 직원들의 소통을 유도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장려하는 한편,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개방형 사무실을 도입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1) 직원간 소통 활성화 (창의적, 혁신적 아이디어의 창발)

2) 업무 생산성 증대 (효율성 증대)

 

이와 같은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개방형 사무공간 유행은 국내 IT 스타트업에도 깊숙이 흘러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조류의 영향으로 국내 유명 대기업들 역시 개방형 사무실을 일부 도입하기도 했다. 2019년 SK 그룹은 서린빌딩 오피스를 리뉴얼하면서 개방형 사무실로 탈바꿈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이런 분위기의 사무실은 매우 낯설다.

"저런 환경에서 과연 일이 잘 진행될까?"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뭔가 Fancy하거나 Trendy한 느낌이 들면서 사무실 공간만 바꿨는데도 혁신기업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주커버그의 말처럼 개방형 사무실은 실제로 직원 간 소통, 창의성을 증진시키거나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것일까?

 

[개방형 사무실의 단점 (1)_벽을 없애니 생긴 또 다른 벽]

 

먼저 앞서 살펴본 개방형 사무실의 첫번째 이점이자 도입 목적 중 하나인 직원간 소통 강화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혀졌다. 애초의 의도와 달리 개방형 사무실은 소통이 아닌 다른 방식의 불통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소통을 방해하는 칸막이를 없애고 직원간 대면 접촉을 유도하기 위한 공간 구성은 오히려 협력과 소통을 방해하는 역효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이든 번스타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제 기업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무실을 개방형으로 바꾼 뒤, 직원 간 직접소통하는 시간이 70% 줄었다고 한다. 반면 비접촉 소통을 대표하는 이메일 사용량이 되려 5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약 3주간 그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한 연구진은 "개방형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헤드폰을 쓰거나 눈치를 살피며 바쁜 척을 하는 등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노력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2019년 '개방형 사무실의 진실'이라는 기획 기사에서 이처럼 개방형 사무실로의 변경 이후, 의도적으로 소통을 피하는 현상을 '제 4의 벽 설정'이라는 개념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소통을 위해 파티션이라는 벽을 허물었는데 마음의 벽이 더 높아져버렸다는 비유다.

 

[개방형 사무실의 단점 (2)_집중력 저하]

 

업무효율성 측면에서는 어떨까?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은 직원들의 집중력을 저해시켜 생산성을 저하한다고 밝혀졌다. 개방형 사무실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파티션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타인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 있음을 의식하는데 정신이 집중되어 되려 업무에 방해가 된다. 무엇보다 연구결과들은 개방형 사무실이 초래하는 '소음'이 업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영국의 연구조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개방형 사무실이 실리콘밸리에서 이제 막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던 2015년부터 개방형 사무실의 효과를 조사해왔다. 최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개방형 사무실을 채택한 10개국의 주요 기업들을 선정하여 고위임원과 평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사무실에서의 소음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뿐만 아니라 1,2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업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항목에 대해,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시드니 대학교에서 10년간의 설문 추적 조사를 거쳐 2013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주목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60%가 "업무 효율성이 낮아졌다"고 답변했다.

 

 

출처: Kim J, de Dear R, Workspace satisfaction: The Privacy- communication trade-off in open-plan offices

 

 

 

[결국 본질은 공간이 아닌 집중이다]

 

 

 

 

집중력을 지배하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 비결을 알려주는 책 <초집중>의 저자 니르 이얄은 성과를 위해 '초집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초집중'은 하기로 한 일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일련의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초집중'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딴짓'을 유발하는 다양한 내부, 외부계기들을 정복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각종 행동의 가치를 나타내는 선이 있다고 해보자. 오른쪽으로 갈수록 긍정적인 행동, 왼쪽으로 갈수록 부정적인 행동이다. 이 선의 오른쪽은 '본짓'을 의미한다. (...) '본짓'은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것에 다가가게 하는 행동이다. 선의 왼쪽은 그 반대인 '딴짓'이다. (...) '딴짓'은 우리가 꿈꾸는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다. '본짓'이든 '딴짓'이든 모든 행동은 내외부 계기에 의해 발생한다. '내부계기'는 내면에서 오는 신호다. (..) '외부계기'는 주변에서 오는 신호다. - 초집중, 니르이얄, 줄리 리, p29 -

 

조직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내부, 외부 계기를 찾아내어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저자는 오히려 개방형 사무실이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딴짓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할 때 방해를 받으면 수행능력이 떨어지는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요즘의 직장 환경에서는 사람으로 인한 방해에 너무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보통은 공간을 잘못 활용하는게 큰 문제다. 미국 사무실 중 70%가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이다. 동료가 뭘 하는지, 휴게실에 누가있는지, 누가 찾아 왔는지 등 사실상 모든 것이 막힘 없이 보인다. 칸막이 없는 사무실의 취지는 아이디어와 공유와 협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 300편 이상의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무실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딴짓을 유발한다. - 초집중, 니르이얄, 줄리 리, p118 -

 

저자는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계기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사무공간의 형태보다 더욱 중요한 본질은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내외부 계기를 차단하고 집중력을 증대시킬 것인가?"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부계기를 차단하여 초집중하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딴짓을 하게끔 만드는 외부 계기를 차단하고 초집중의 상태를 유지하여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어떤게 있을까?

 

사무실에서 타인과 함께 근무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 할만한 일이 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해서 일을 하면 30분이면 끝낼 일이 타인의 방해로 인해 한없이 늘어지는 경험을 한 번씩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업무환경은 (특히 개방형 사무실이라면 더욱) 타인의 방해에 노출될 확률이 매우 높다. 팀원이나 팀장님의 끊임없는 부름이 업무의 맥을 끊거나,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의미없는 메일과 전화들이 중간에 산통을 깬다.

 

 

 

 

저자 니르 이얄은 이러한 외부계기를 원천 차단시키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예를들어 타인의 방해 없이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으면 타인이 말을 걸지 않기로 팀원 모두가 협의하거나, 책상에 '지금은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니 잠시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메시지를 올려놓는 식의 방법이 그 중 하나다.

 

조끼도 좋고 모니터 카드도 좋고 왕관도 좋으니 다른 사람 때문에 생기는 외부계기를 차단하려면 방해받기 싫다는 뜻으로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 초집중, 니르이얄, 줄리 리, p120 -

 

 

 

 

이러한 방식은 실제 많은 조직에서 도입하여 성과를 본 검증된 방법이다.

실제로 간호사들의 실수에 의한 잘못된 투약으로 의료사고율이 높게 나타났던 카이저 퍼머넌트 남샌프란시스코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투약을 할 때 노란 조끼를 입게 했다. 그리고 노란 조끼를 입은 간호사에게는 그 누구도 말을 걸 수 없게끔 사내 지침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병동 내 투약 오류가 47%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제도를 도입한 병원들을 조사한, 결과 3년간 오류율이 평균 88%나 감소했다고 한다.

 

항공업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에는 조종사의 집중력 저하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처방으로 항공업계는 '조종실 무소음 규칙'이라고 불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고도 1만 피트 이하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대화'를 해서는 안되게끔 규제하는 것을 포함한다. 비행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인 이착륙 시 오로지 비행에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사고율이 실제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형태보다 더욱 중요한 본질]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물리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사무실을 개방형으로 하느냐, 페쇄형으로 하느냐의 문제는 조직의 생산성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일 수 있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들은 개방형 사무실이 소통을 저해하고 개인의 집중을 방해하여 생산성을 낮춘다고 증명했다. 굉장히 유의미한 연구 결과이다. 하지만 자칫 공간적 측면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본질을 잊을 수도 있다.

 

업무 생산성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본질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있다기 보다, '어떻게 집중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책 <초집중>은 누구나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팁을 제공한다.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리뉴얼을 하는 것보다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이 책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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